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익을 위해 환자나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수술 장면을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촬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환자의 안전 등 인권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검토한 뒤, 이같은 의견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원칙적으로 모든 수술에 대해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구한 경우에 한해 촬영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술실 CCTV의 모습.

앞서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을 할 경우 환자의 동의를 얻어 CCTV와 같은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최근 병원의 수술 과정에서 의료 사고, 대리수술 등 부정 의료행위, 마취환자에 대한 성추행 등이 발생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이를 방지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는 환자의 안전 확보 등 공익적 측면을 보호할 수 있는 한편, 의료진 사생활의 비밀·자유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 제한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 왔다.

인권위는 "수술실의 폐쇄적 특징 및 환자 마취로 인해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점, 의료행위 제반 과정에 대한 정보 입수에 있어 환자 및 보호자가 취약한 지위에 놓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와 촬영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공익 보호의 측면이 더 크다"고 봤다.

다만 인권위는 의료사고 발생 위험성에 따라 촬영 가능 여부를 구분해놓은 의료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과 그렇지 않은 수술을 구분하고 있다"며 "부정 의료행위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중요 수술보다는 오히려 성형수술 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모든 수술에 대해 촬영하되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구해 명시적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 촬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영상정보 유출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촬영 기기는 CCTV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범위의 구체화, 촬영 영상의 목적 외 이용 소지가 있는 임의조작 금지 등 보호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