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입국절차 19일부터 전세계 국가로 확대 적용
의료계, 해외입국자 14일 자가격리 등 추가대응 목소리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유입되기 시작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하다 이제는 다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 미국 등 전세계로부터의 유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19일 오전 0시부터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해외 유입을 피할 수 없는 만큼 특별입국절차에 더해 14일간의 자가격리 등 다른 나라에서 취하는 방역조치를 검토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한 지난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파리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입국 검역 과정에서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7일 0시 누계 기준으로 해외에서 입국한 뒤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 총 55명의 체류지를 보면 중국 입국자가 16명, 중국을 제외한 태국(3명), 싱가포르(3명) 등 아시아 국가에서 온 입국자가 12명이다.

유럽발 입국자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제는 중국보다 유럽발 코로나 유입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발 입국자 확진자 가운데 이탈리아 입국자가 8명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 입국자 5명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이날 미국에 다녀온 60대 여성 A씨가 우한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전북 군산시가 밝혔다. 미국발 유입사례도 확인된 것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이탈리아 환자는 2만7980명으로 중국(8만881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누적 사망자수도 중국(3226명)에 이어 2158명에 이른다. 이란도 1만4991명으로 1만명의 확진자를 넘어섰으며, 스페인 9191명, 프랑스 6633명, 독일 6021명, 미국 4464명, 스위스 2200명, 영국 1547명 등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국 입국시 특별입국절차를 중국(2월 4일), 홍콩‧마카오(2월 12일), 일본(3월 9일), 이란(3월 12일), 유럽에선 이탈리아(3월 12일),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 네덜란드(3월 15일)에 제한했으나 19일 0시부터는 전 국가로 확대 적용한다. 우한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고 최근 국내 입국자 가운데 유증상자와 확진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모든 입국자’에는 외국인뿐 아니라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한국인도 포함된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입국자는 입국장에서 1대 1로 발열 검사를 받고, 기침, 인후통 등 의심 증상을 기재하는 건강상태질문서와 함께 특별검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국내 체류 주소와 개인 연락처를 보건당국에 보고하고, 본인의 건강 상태를 모바일로 보고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전체 입국자 수는 1만3350명(내국인 7161명, 외국인 6189명)이며, 이 중 현행 특별입국절차 대상(중국·홍콩·마카오·일본·이란·유럽발 전체 항공노선) 입국자 수는 2130명이었다. 중국 지역이 1380명(홍콩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 562명, 일본 188명 순이다. 정부는 19일부터 특별입국이 확대 적용되면 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인원이 기존 2000명 수준에서 1만3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유입 우한 코로나 확진자 출발지별 현황

정부는 입국 검역이 강화에 따라 검역관, 국방부의 군의관 및 간호 인력, 행정 인력 등 73명을 추가로 배치한다. 유증상자 발생 규모가 늘어날 데 대비해 임시 격리 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고 이 시설에 군의관 및 지원인력 15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국내 상황에선 이런 특별입국절차가 가장 실효성 있는 유입방지 조치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으로 외국과 교류가 많고 대외 무역의존도도 높아 입·출국을 차단하기 어렵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페루 같은 나라는 아예 국경을 봉쇄해 모든 입·출국을 막는데,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역과 금융허브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홍콩은 이날 19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들이 의무적으로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추가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김 총괄조정관은 "특별입국절차를 우선 적용해 시행 효과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입국자 대상 (14일간) 자가격리 의무화 등의 추가조치 여부는 검토할 수 있겠다"면서 "16일 하루만 해도 거의 10개국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감염 확산 추이와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특별입국절차 외에도 다양한 선제 대응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입국자를 14일간 자가격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한다"며 "정부차원에서 전파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 정 교수는 특별입국절차에서 자가진단 앱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알려진 증상과는 다른 증상이 발현되거나 경미할 경우, 신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당분간은 자제시켜야한다는 조언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입국 금지 같은 방법으로 확진자 모두를 막기는 어렵다"며 "입국자 관리에만 치중할게 아니라 한창 유행하고 있는 위험지역으로 나가는 출국자 관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지에서 감염돼 입국할 가능성이 있기에 출국 전 유의사항 교육 및 단순 여행 자제 권고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