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야구장에 건장한 청년 10여 명이 들어섰다. 반팔 셔츠, 청바지 등 각자 제멋대로인 복장에 구멍 뚫린 플라스틱공 '위플볼'을 던지는 모습은 공놀이 비슷했다. 하지만 담장을 훌쩍 넘기는 타구를 보면 '동네 형'이란 생각이 사라진다. 이들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괴짜 투수' 트레버 바워(29·신시내티 레즈)와 동료 선수들이었다. 이들 경기는 1시간 가까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계됐고, 30만명 이상이 영상을 봤다.

16일 미국 피닉스에서 '동네 야구'로 뭉친 트레버 바워와 동료들. 가운데 쓰레기통에 앉은 선수가 이 행사를 기획한 바워다.

이들이 갑자기 동네 야구를 한 사연은 이렇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대로 MLB 시범 경기가 취소되고 정규 시즌 개막이 연기되자, 바워는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애리조나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을 상대로 친선경기를 제안했다. 모든 선수가 마이크를 착용한 채 생중계로 경기하기 때문에 선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16일 열린 '동네 야구'에는 팀 동료 데이비드 카펜터(35)를 비롯해 마이크 클레빈저(30)·잭 플리색(25·이상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토미 팸(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키넌 미들턴(27·LA 에인절스) 등이 모였다. 부상 등을 막기 위해 위플볼을 썼다고 한다.

바워는 자신들의 동네 야구가 많은 관심을 끌자 MLB 정규 시즌 개막 연기로 어려움을 겪을 홈 구장 근로자를 위한 기부금 모금에 나섰다. 100만달러(약 12억원)가 목표인데 16일 오후 2만2000달러(약 2700만원)를 넘어섰다. 클레빈저는 트위터에 "친구들과 열심히 운동했다. 더 재미있는 두 번째 경기로 돌아올 것"이라고 남겼다.

바워는 이날 '쓰레기통 퍼포먼스'를 펼쳤다. 쓰레기통을 여기저기 놔뒀고, 기념사진 찍을 때 혼자 쓰레기통에 푹 들어가 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일 LA다저스 상대 시범 경기에서 투구 전 글러브로 상대에게 어떤 공을 던질지 미리 알려주며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를 조롱해 화제가 됐다. 현지에선 바워가 동네 야구에서도 쓰레기통으로 부정행위를 한 애스트로스를 계속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