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 놀라운 힘
샬런 네메스 지음|신솔잎 옮김|청림출판 304쪽|1만6000원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참모들 말에 귀 기울였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개전 초기 승리를 맛본 그는 독단적으로 작전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장군 출신 참모들의 충언은 외면했다. 다수의 조언을 따르지 않은 대가는 혹독했다. 히틀러는 초반의 승세를 지키지 못해 패배를 거듭했고 결국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히틀러의 실패는 혼자 하는 판단이 다수의 판단보다 좋은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 네메스는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다수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다수도 독재자 못지않은 폭군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다수는 집단에 속해 있는 이들의 마음까지 굴복시킨다는 점에서 겉으로만 굴복시키는 독재자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한다. 유명한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가 동조실험에서 이미 증명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혼자 판단할 때는 99% 답을 맞혔지만, 주변의 다수가 명백한 허위를 정답이라 주장하면 30% 정도가 자신의 판단을 철회하고 다수에게 동조했다. 인간에겐 다수 의견을 진실로 간주하고 여기에 묻어가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합의는 의사 결정의 아름다운 목적지다. 그런데 이런 목표가 오히려 올바른 결론을 내는 것을 방해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험해보니 조직의 의사 결정 결과에서 문제를 발견하고도 입을 닫은 직장인 비율이 70%나 됐다. 반대자가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조직이 다수 의견에만 몰입할 경우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1978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있었던 유나이티드 항공 173편 추락 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고장 난 착륙장치를 고치라는 기장의 명령에 정신이 팔려 연료 부족 문제를 간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객기가 45분간 포틀랜드 상공을 선회하는 사이 승무원 중 아무도 연료가 바닥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맹목적인 합의를 추구하거나 집단사고를 하는 조직은 그 안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단 하나의 의견만 갖기 때문에 사실상 한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조직은 모두가 동일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그 관점에 맞는 정보만 선택하고 축적하며, 그로 인해 초래될 부정적 효과는 고려 대상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나쁜 결정을 내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한 방향으로 폭주하는 극화(極化) 현상이 나타나 극단주의가 득세한다.
그런 조직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배척당할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조직은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처럼 그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저자는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부터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국가안보국의 도청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이르기까지 주류에 저항함으로써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이들의 활약도 소개한다. 반대자들은 예스맨만 득실대는 조직에선 누리지 못하는 가치를 선물한다. 그들의 반대 목소리는 집단의 생각 지평을 확장시키고, 많은 정보와 대안을 고려하고 장·단점을 함께 검토하게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좀 더 복합적인 전략을 활용하도록 자극한다. 따라서 조직 내 반대 의견은 그것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소중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직의 뜻과 다른 목소리는 다수를 불편하게 한다. '팀플레이어가 되어 달라.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공동의 합의를 존중하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임원 계약서를 본 적도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저자는 반대 목소리를 억압한 것이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배움과 선의만으론 우리의 편향된 사고와 그릇된 판단을 고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오직 다른 의견을 가진 누군가가 신념을 갖고 정면으로 도전해올 때 우리는 자신의 편향성을 돌아보고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이 두려움 없이 반대할 수 있도록 국가, 정당, 회사는 세심한 의사 결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자 포용에 유난히 인색한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