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중앙 부처 공무원 가운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엿새 만에 30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행정수도인 세종시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세종시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세종청사 공무원인 확진자는 29명으로 전날(22명)보다 7명 늘어났다. 7명 모두 해양수산부 공무원으로 이로써 해수부 확진자는 25명이 됐다. 교회나 병원, 운동 시설이 아닌 직장 내 집단 감염 규모는 82명(접촉자 제외)의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 콜센터 다음으로 해양수산부가 가장 크다.
지난달 21일 신천지 신도인 첫 세종시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지난 7일엔 우한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된 보건복지부에서 세종청사 공무원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교육부와 국가보훈처, 대통령기록관실에서 각각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경제 부처와 맞닿아 있는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나흘간 25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1만5000명에 달하는 세종청사 공무원들과 가족들로 감염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해수부에서는 해수부의 집단 감염이 다른 부처로 확산될 경우 방역뿐 아니라 비상 경제 대응이나 부동산 정책 등 행정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1동(국무조정실)부터 15동(문화체육관광부)까지 연결된 종합청사인 정부세종청사는 건물 간 연결 통로를 폐쇄해 부처 간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직원 650명과 파견 직원 등 795명 가운데 검사를 받지 않은 모든 직원이 이날 검사를 받았고, 373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세종시는 이날 해수부 인근 주차장에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는 식당 입구에 비치된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직원들이 배식을 받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해수부가 위치한 5동 구내식당은 지난 11일부터 폐쇄됐다.
◇해수부 집단 감염, 다른 부처 확산되면 행정 마비 우려
해수부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다른 중앙 부처 감염 우려도 커졌다. 세종청사는 지난 3일 건물 간 연결 통로를 폐쇄했지만 이후 해수부 확진자가 쏟아졌다. 해수부 확진자 25명 가운데 23명은 5동 4층에서 근무하는데, 장관·차관을 포함한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들이 같은 층을 쓴다. 또 다른 해수부 직원 1명은 국토교통부 철도 관련 부서가 모여 있는 5층에서 일한다.
기획재정부 건물인 4동 4층에 근무하는 해수부 감사관실 간부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건물 4층에는 글로벌 증시 폭락 대응 등을 담당하는 국제금융국 등이 모여 있다. 이 간부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KTX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나 해수부 집단 감염이 세종·충청권 밖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변인실 직원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수부 공무원의 가족 가운데서도 2명의 확진자가 나와, 이날 세종시 전체 확진자는 34명(동작구 거주 해수부 확진자 제외)이 됐다.
입법부인 국회도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인 해수부 공무원이 지난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회는 이날 긴급 방역에 들어갔다. 일부 의원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감염 경로 오리무중
650여 명의 직원이 모여 있는 해양수산부에서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보건 당국은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수부 집단 감염에 대해 "과(課)별로 방이 있는 게 아니라 대형 사무실에서 여럿이 근무해 실내에서의 비말이나 접촉에 의한 전파로 보고 있다"며 "누가 지표 환자이고 어디서부터 감염이 됐는지는 조사가 진행돼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나온 세종시 첫 확진자는 대구를 다녀온 신천지 신도였고, 지난 7일 세종청사 공무원 첫 확진자가 된 보건복지부 직원과 10일 양성 판정을 받은 대통령기록관 직원은 천안 줌바댄스 워크숍을 다녀온 강사에게 각각 1차, 3차로 감염된 경우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와 국가보훈처, 교육부 등 다른 부처 확진자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