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당시 소신 발언을 했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총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고,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핵심 피고인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경선에 이겨 선거에 나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움직인 결과다. 금 의원은 조씨에 대해 "언행 불일치"라며 쓴소리를 하고 공수처법 처리 때 기권표를 던져 대통령 지지층의 비난을 받았다. 그런 금 의원에게 '조국 수호'를 주장해온 정치 신인이 도전장을 던지고 20여일 만에 4년간 지역구를 지켜온 금 의원을 제쳤다. 어느 평론가가 '조국 수호'라고 쓴 막대기를 꽂아도 이겼을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일 것이다.

황 전 청장은 울산시장 선거 당시 청와대 하명을 받아 야당 후보가 공천을 받은 날 그 사무실을 덮친 인물이다. 부임하자마자 야당 시장 주변 조사를 지시하고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을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검찰에 막무가내로 기소해달라 하고 수사 상황을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공소장에 드러났다. 다른 법도 아니고 선거법을 훼손한 당사자가 여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이 선거 공작은 문 대통령이 '당선이 소원'이라고 한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가 벌인 일이다. 친문 지지층이 그 일에 앞장선 행동대장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려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에선 어제 당원 투표로 '가짜 정당'이라고 비난하던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기로 결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래통합당이 선거법을 강제 변경하면 비례 정당을 만들겠다고 거듭 경고했는데도 선거법을 강행 처리했다. 통합당이 비례당을 만들자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당대표와 선대위원장인 전직 총리는 자신들은 비례당을 절대 안 만든다고 몇 차례에 걸쳐 다짐했다. 하나 마나인 당원 투표를 했다고 부끄러운 일이 가려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