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주민 53만명에 '1인당 마스크 2장' 직접 배부
'마스크 대란' 속 110만 장 확보… "2월부터 발로 뛰어"
자원봉사자 400명, 綿마스크 2만장 직접 제작 목표
"평생 가족 위해 다림질... 이번엔 이웃 도우려 나섰다"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 하계1동 청구아파트. 하계1동 22통장인 서의승(54)씨가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문 너머로 인기척이 들리자 "안녕하세요 통장입니다. 구청에서 마스크 나눠드리러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서씨는 봉투와 명단에 적힌 주민 이름과 세대원 수를 확인했다. 이후 마스크를 건네고 수령 받았다는 의미로 종이에 사인을 받았다. 구청에서 마스크를 배부하는 사실을 몰랐다는 한 주민은 "마스크를 못 구해서 걱정이었는데 정말 다행이다"라고 했다.
서씨와 주민자치센터 직원 1명은 이날 40여분 동안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15세대에 마스크를 건넸다. 서씨는 "오후에 25세대만 나눠주면 하계1동 22통 내 276세대 모두 마스크를 받게 된다"며 "왔다갔다 힘들지만, 한사람이라도 더 빨리 마스크를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경기·부산·경남 마스크 공장 발로 뛰어 110만장 확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노원구는 지난 11일부터 직접 확보한 마스크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주민 1명당 2장씩 약 110만 장이다. 모든 세대에 통장이 집으로 직접 찾아가 전달하고 있다. 노원구는 13일까지 마스크 배부를 마칠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구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구청이 직접 나서서 마스크를 주민들께 나눠드리기로 했다"고 했다. 특히 약국에 길게 줄을 서면서 또 다른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장시간 줄서기를 하기 어려운 노약자들과 장애인, 임신부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원구는 마스크 110만 장을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했을까. 노원구 측은 "공무원들이 직접 발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직원 10여 명은 지난달 초부터 서울 구로부터 경기 포천과 양주, 경남 밀양 등 전국의 마스크 공장을 누볐다. 지난 10일까지도 마스크 공장을 찾았다고 한다.
문제는 어느 공장에 얼마만큼의 마스크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업계 관계자나 지인 등에게 전화를 돌려 정보를 알음알음 수집했다. 마스크 재고가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면 직원들은 새벽부터 차를 몰고 부산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마스크 재고가 있어도 구매는 쉽지 않았다. 노원구보다 더 비싼 가격을 부르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공장은 구청장부터 간부들까지 직접 찾아가 사정해가며 마스크를 구했다. 그렇게 1개 공장당 마스크 5만부에서 15만부씩 확보한 물량이 모여 110만장이 됐다.
노원구의 첫 우한 코로나 환자는 지난달 25일 나왔다. 노원구청은 환자가 나오기 전부터 마스크 구하기에 나선 셈이다. 노원구의 인구 특성 때문이었다.
지난달 주민등록 인구 기준 노원구민은 53만 1840명이다. 60세 이상 인구가 12만 373명으로 22.6%다. 서울시 평균 10.1%보다 12.5%p가량 노인 인구 비중이 크다. 노원구 측은 "코로나19가 고령층에게 더 치명적인 만큼,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확보에 나섰다"고 했다.
◇ '하루 1000장' 면 마스크 자체 생산까지
노원구는 지난 11일부터 면(綿)마스크도 직접 만들고 있다.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추가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마스크 생산을 위해 495.8㎡(약 150평) 규모의 노원구청 대강당은 마스크 생산기지로 변신했다.
지난 12일 오전 9시 30분 찾은 노원구청 대강당에서는 ‘드르르륵’ 재봉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44명이 박음질부터 실밥 정리, 다림질까지 6단계로 업무를 나눠 마스크를 만들고 있었다. 이들의 하루 목표 생산량은 700장. 다른 평생교육원 2곳에서 150장씩 제작해 노원구에서 총 1000장을 만들 계획이다.
6명이 분업해 면 마스크 1장을 생산하는 과정은 약 15분가량 걸렸다. 손바닥 크기의 마스크에는 손이 많이 갔다. 겉면과 안감에 박음질을 3번 한 뒤, 실밥을 쪽가위로 잘라줬다. 다림질하고 고무줄을 넣으면 다시 박음질을 해줬다. 또 실밥을 정리하고 다림질을 했다. 이후 의료용 자외선 소독기에 넣은 뒤 비닐봉지에 하나씩 포장했다.
1단계 박음질 역할을 맡은 월계동 주민 양송이(57)씨는 "‘시접(속으로 접혀 들어간 옷감의 부분)’은 너무 넓으면 밉고 너무 작으면 터져버린다"며 "꼼꼼히 하면서도 1단계인 제가 늦으면 다른 사람들 업무까지 늦어지니 빠르게 박음질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백화점에서 옷의 박음질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검품사’ 경력을 살려 봉사에 나섰다.
"자식들 결혼까지 다 시키고 집에만 있는 주부다. 평생 가족을 위해 다림질했지만, 이번에는 이웃을 도우려고 나왔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집에만 있을 수 있느냐." 다림질 역할을 맡은 중계동 주민 윤순녀(72)씨의 말이다.
윤씨와 같은 마음으로 노원구 주민 399명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노원구는 구청에 40여 명, 평생교육원 2곳에 40여 명씩 하루 80명이 1주일에 한 번씩 나와 이번 달 말까지 마스크 2만장을 생산할 계획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보급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이후 상황을 보고 인당 마스크 수를 정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노원구에서는 13일 오전까지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13명 나왔다. 지난달 29일 성동구 주상복합 관리사무소 관련 환자가 나온 뒤 1주일 가량 추가 확진이 없었지만, 지난 8일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환자가 나왔다. 이후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환자가 추가로 4명 더 발생해 방역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오 구청장은 "마스크를 만들고 나눠주는 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확산을 막고자 다른 방역 활동에 힘쓰고 있다"며 "주민분들도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을 잘 관리해주시고, 앞으로 2주 가량 모임이나 외출은 최대한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주시길 당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