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플라스틱은 이 시대 악의 축이 되어 버렸을까?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환상적인 소재였다. 새로운 재료가 개발되면 우리의 생활이 획기적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플라스틱이 그랬다. 형형색색의 플라스틱은 풍요의 상징이자 디자이너의 상상을 실현해주는 마술 같은 소재였다. 오늘날 생활에서 사용되는 인공 생산물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할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따라서 모든 플라스틱에 죄를 물어 퇴출하려 든다면 일상용품의 90% 이상을 없애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플라스틱이 문제일까?
나는 최근의 친환경 이슈들이 재료와 아이템에 집중돼 있는 것이 불만이다. 특히 에코백, 머그컵, 텀블러를 환경 법정에 불러내고 싶다. 우리는 환경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를 퇴출시키고 있는데, 문제는 대안으로 등장한 친환경 삼총사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데 있다. 나만 해도 여기저기서 받은 에코백 중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마음에 드는 것만 따로 보관하고 있는데도 이미 100개가 넘어버렸다. 환경도 챙기고 패션도 챙기기 위해 차 안에 하나, 사무실에 하나, 운동할 때 하나, 잃어버려서 또 하나, 다들 몇 개씩 소장하고 있다는 텀블러도 그렇다. 우리에겐 과연 몇 개의 텀블러가 필요한 걸까.
'친환경'이란 수식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혹은 의식 있어 보이는 판촉 전략이 된 지 오래다. 참고로 덴마크 환경식품부에서는 면 재질의 에코백을 저밀도 폴리에틸렌 비닐봉지와 비교했을 때 7100번 재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회용품을 대신해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자는 본래 취지와 달리 너무 많은 개수의 제품을 갖게 되어 오히려 환경에 반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재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실용적이고 오래오래 쓸 수 있다면 플라스틱이면 어떻고 스테인리스 스틸이면 어떤가. 좋은 물건 잘 골라서 오래오래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인 삶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