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약국과 식료품점을 뺀 모든 상점 문을 닫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1일(현지 시각) 긴급 성명을 내고 "약국과 식료품점처럼 기본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술집, 식당, 미용실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안사통신이 전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영업 현장을 제어하기 위한 대책으로, 대중교통과 은행, 우체국 같은 공공시설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콘테 총리는 "유례없는 이동 제한, 사회활동 제한 조치에 이탈리아 국민이 협조해 주길 바란다"며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12일부터 바로 발효된다. 긴급 조치는 일단 오는 25일까지 적용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콘테 총리는 "공장 같은 대기업들은 감염 방지를 위한 적절한 보안대책을 채택할 경우에 한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식료품점은 계속 문을 열기 때문에 서둘러 식료품을 사쟁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동 금지 조치가 떨어진 9일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베네치아의 관광 명소 산마르코 광장에서 레스토랑 매니저가 손님이 없는 빈 의자를 처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9일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을 사실상 ‘국토 봉쇄령’을 내렸다. 6000만명에 달하는 모든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지 않으면 이유 불문하고 거주 지역을 떠나지 못하게끔 정부가 군사력을 동원해 막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내 우한 코로나 확진자 수가 1만2000명대까지 급속히 늘어난 상황에서 이동금지 조치만으로는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스위스 같은 이웃 국가들이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이탈리아가 점차 고립되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필사적인(desperate)’ 저항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11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우한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1만246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2313명 증가했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사례가 확인된 이래 하루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한 지역에서만 148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196명 증가한 827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날 하루 기준 신규 사망자 기록(168명)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6%로 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전 세계 평균 치명률(3.4%)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하원에서는 우한 코로나 첫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안사통신은 해당 의원 인근에 앉았던 모든 의원들이 하원 출석 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가 우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알베르토 치리오 피에몬테 주지사, 살바토레 파리나 군 참모총장도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