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피해액이 2조(兆)원에 이르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가 증권사와 연결돼 라임펀드의 자산 매각 계획 등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 이는 1조원 규모 라임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 출신 장모씨와 피해자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녹취록에서 장씨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금융 당국의 검사를 막았고 라임의 투자 자산 매각을 도와주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녹취록을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키(key)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과 취재에 따르면,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인 작년 12월 19일 장씨는 찾아온 투자 피해자 A씨에게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줬다. 그는 라임 투자 자산의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여기가 키(key)다. 여기가 들어올 거다. 여기가 14조를 움직인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소속이었던 김 전 행정관은 최근 금감원으로 복귀해 인재교육원으로 전보됐다. A씨는 "근데 이거는 나랏돈인 거냐"고 물었고 장씨는 "(김 전 행정관에게) 네트워크가 쭉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씨는 이어 청와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 실명을 언급하면서 "이 분이 다 막았다. 우리은행 내부 문건 기사를 보셨냐. ○○○한테 제가 (자료를) 입수해서 보내고 한 것"이라고 했다. 맞으면 청와대가 라임 사태의 전조(前兆)를 감지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장씨는 또 "상장사 2개를 갖고 있는 '회장님'이 라임의 투자 자산들을 (인수한 뒤) 유동화할 것"이라며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한다"고 했다. A씨가 '인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하자 장씨는 "(입찰) 로비가 돼 있다"며 "(상조회) 회원비가 1800억원이 있다"고 했다.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뒤 회원비로 환매가 막힌 라임펀드 투자 자산을 사주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남부지검, 녹취록 분석 중
장씨는 '상조회 인수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A씨에게 "내일 보라. (입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이 만난 그날 재향군인회는 장씨가 언급한 회장의 업체에 '재향군인회 상조회 컨소시엄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통보했다. 장씨는 자금 조달과 관련된 계획을 청와대에 제출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여기(인수 회사)엔 두 자문단이 들어갈 것"이라며 "한쪽은 펀딩(자금)을 많이 해올 수 있는 쪽, 다른 쪽은 금감원, 검찰, 경찰, 변호사 등이 포함된 '쓰레기 처리반' '사건 해결반'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가 자문단에 들어가는 사람들(명단)까지 다 받았다"고도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면, 청와대가 라임펀드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적극 개입한 것이 된다.
녹취록엔 장씨가 "금감원이 (계획을) 막고 있다" "금감원을 풀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부분이 수차례 등장한다.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금감원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라임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과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감원 감찰에 착수한 것을 연결하고 있다. 라임 피해자 측 김정철 변호사는 "라임 사태를 유예하기 위해 청와대가 장씨를 지원했는데 금감원이 걸림돌이 되자 감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피해자들 주장이 많다"고 했다. 금융계에서는 "김 전 행정관이 1년 만에 금감원에 복귀해 한직으로 간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청와대가 김 전 행정관의 처신이 문제가 될 것을 예견했던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장씨의 말이 불안한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둘러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장씨도 그렇게 해명하고 있다. 향군 상조회도 최종적으로는 보람상조에 인수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이런 의혹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김 팀장에게) 확인했는데 라임과 관련해 금감원에 어떤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김 팀장이 녹취록에 등장하는) 해당 증권사 직원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엔 "(김 팀장에게) 확인한 결과 본인이 (증권사 직원을) '모른다'가 아니라 '잘 모른다'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라임(라임자산운용) 사태
작년 10월 라임이 "고객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키면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투자자 3명이 라임 등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자한 개인 투자자 4000여 명이 2조원대 피해를 본 전형적인 민생 사건이다. 라임은 사기 및 부정 거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