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벤츠와 아내 베르타 벤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를과 베르타’(2011)의 한 장면. 베르타 벤츠가 1888년 두 아들과 함께 벤츠가 개발한 자동차를 타고 친정이 있는 포르츠하임으로 첫 장거리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재현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는 그 자체가 자동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86년 카를 벤츠가 세계 처음 '가솔린엔진과 바퀴 3개 달린 탈것'을 특허 등록하면서 자동차의 역사가 시작됐다.

카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 그리고 빌헬름 마이바흐

184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북서쪽인 카를스루에에서 증기기관 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난 카를 벤츠는 공과대학 졸업 후 기술자의 길을 걸었다. 1879년의 마지막 날, 벤츠는 마침내 첫 고정형 단기통 2행정 가솔린엔진을 개발했고, 1885년 크기를 줄인 단기통 4행정 엔진을 작고 가벼운 차체에 얹은 2인승 탈것을 완성했다. 파이프로 만든 프레임에는 커다란 바퀴가 세 개 달렸고, 두 바퀴 사이에는 0.75마력 엔진이 놓였다. 이 '말 없는 마차'는 1886년 1월에 독일 특허청에 특허번호 37435로 등록됐다. '자동차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834년, 슈투트가르트의 동쪽 쇼른도르프에선 고틀리프 다임러가 태어났다. 다임러는 1848년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에서 기술 수업을 받았다. 다임러는 1872년 도이츠라는 회사의 기술 책임자로 일하며 4행정 엔진의 기본 원리를 고안한 니콜라우스 오토에게서 지식을 전수받았다. 경영진과 마찰로 회사를 떠난 그는 1882년 칸슈타트에 있는 자신의 빌라 정원에 실험실을 만들고 엔진을 연구했다.

다임러는 자신의 조수인 빌헬름 마이바흐와 이듬해 말 작은 고속 회전 내연기관을 개발했고, 1884년에는 자동차에 쓸 만한 엔진을 만들었다. 이 엔진은 '괘종시계'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임러는 목재 자전거에 엔진을 올려 1885년에 시험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모터사이클 라이트바겐(Reitwagen)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886년, 엔진의 힘으로 움직이는 '네 발 달린 마차' 자동차를 완성했다. 동시대에 내연기관차를 발명한 두 천재, 벤츠와 다임러는 모두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살았지만, 생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마이바흐(1846년생)는 일찍 부모를 여읜 뒤 자선단체에서 교육을 받았다. 다임러는 그를 자신의 조수로 채용했고, 1890년 새 회사 DMG를 세울 때 마이바흐를 설계 책임자로 임명했다.

1950년대 독일의 다임러-벤츠 공장의 모습.

◇벤츠의 첫 주행, 그리고 메르세데스

자동차는 역사적인 발명품이었지만,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낯설다 못해 무서운 존재였다. 카를 벤츠는 자동차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지만, 사람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이에 아내 베르타 벤츠는 큰 결심을 한다. 1888년 8월 어느 날, 그녀는 남편 몰래 두 아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만하임에서 친정이 있는 포르츠하임으로 출발했다. 당시엔 주유소가 없던 탓에 연료로 쓸 약품을 구하러 약국에 들렀고, 가죽으로 만든 브레이크가 닳으면 구두 수선점에서 가죽을 얻어 수리했다. 이른 아침에 길을 떠난 세 모자는 저녁이 돼서야 포르츠하임에 도착했다. 베르타 벤츠의 180㎞ 왕복 여정은 자동차가 장거리 이동수단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외교관이자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날린 에밀 옐리네크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다임러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옐리네크의 조언에 힘입어, DMG는 마이바흐를 중심으로 당시 상류층의 취향을 반영한 고급 차를 만들었다. 옐리네크는 그 차에 자신의 딸(1889년생)의 이름인 메르세데스(Mercedes·친절 또는 자비를 뜻하는 스페인어)를 붙였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메르세데스 옐리네크는 192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다고 한다.

1926년 벤츠와 다임러의 합병

1914~1918년 1차 세계대전의 폭풍이 지나간 뒤, 전쟁 기간 무기를 만들던 여러 회사가 새롭게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DMG는 살아남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국 1924년, 경쟁사이던 DMG와 벤츠는 협력을 시작했다. 디자인·생산 기술·부품 구매·판매 및 광고 등에서 협력과 공유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가 탄생했고, 협력 관계가 깊어진 두 회사는 1926년 6월 다임러-벤츠라는 회사로 합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