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硏, 시나리오별 예상 의석 與 지도부에 보고
與, 8일 비공개 최고위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 공식 논의
정봉주 前 의원 주도 비례전문 '열린민주당' 8일 창당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민주당이 비례 연합 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4·15 총선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당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민주당은 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례 연합 정당 참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민주연구원은 지난달 24일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민주당 대응전략 제언'이라는 제목의 대외비 보고서를 작성해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은 이 보고서를 두고 비공개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 보고서를 실물로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겸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6일 지도부 회의에서 구두로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은 친문 핵심 양정철 원장이 이끌고 있다.

친여(親與)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비례용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구상은 민주당과 민생당,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미래당 등이 비례연합정당에 비례대표 후보자를 파견하고, 선거 후 당선자는 각 당으로 복귀하자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정치개혁연합으로부터 비례 연합 정당 참여를 제안받았고, 당 지도부는 지난 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비례 연합 정당 참여를 논의했다.

민주연구원 보고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례 연합 정당에 참여할 경우 이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22석,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18석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비례 연합 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고 선거를 치르면 민주당은 6~7석, 정의당은 9석 정도를 얻고,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민주당이 별도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연합정당에 참여하면 진보 진영 지지자가 결집하면서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 견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 의석을 도둑질하려 했다. 비유하자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과 같다"고 했다.

민주연구원은 "이대로 가면 통합당은 지역 선거구에서 지고도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장회사의 우회 상장 편법이익으로 원내 1당이 될 게 뻔하다"며 "촛불혁명 세력의 비례후보 단일화를 통해 탄핵 세력이 1당이 돼 탄핵을 추진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 정당 창당을 "꼼수 위장 정당"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위성 정당 창당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민주연구원은 정의당 등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민주당의 기득권 양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비례 연합 정당에 다른 소수 야당이 함께 하게 된다면 우리 당 순번을 모두 뒤로 배치하는 배수의 진을 칠 각오도 가져야 한다"며 "앞 순번 다수 의석을 소수 정당에 내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정당 구도로 총선을 치를 경우 민주당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례 의석수인 7석만큼만 비례 연합 정당에 파견하고, 그것도 후순위로 돌려 다른 정당이 참여하도록 '당근'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비례 연합 정당 참여 대상인 민생당의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만났다며 "김 의원이 '민주당이 후순위 번호로 7석 정도 가지는 건 어떻겠냐'고 타협을 제안해 왔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로 작년 선거법 개정 협상을 주도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이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논의했던 5명 중 한 명이다.

다만 민주당이 비례 연합 정당에 참여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 난감한 게 (비례연합정당에) 들어올 정당이 없다. 정의당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실하다. 미래당이 들어온다고 해서 비례연합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며 "(결국 비례연합정당이 만들어진다면) 민주당의 비례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볼 땐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안 된다고 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이 당초 구상대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플랜B·C·D가 있다고 했다. 그는 "취재를 해보니 민주당은 정의당과 어떻게 같이 할지 많이 고민했고 비례 연합 정당에서 민주당 추천 후보는 후순위로 7명만 하자는 것을 검토했다"며 "이게 '플랜 A'인데 좌절됐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플랜 B'는 아예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 성향의 비례전문당을 포함해 정의당, 녹색당 등 '우리와 함께할 정당'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플랜 C'는 소수지만 (민주당 자체적으로) 비례 후보를 내고 보수 정당의 횡포를 저지하기 위해 다른 당에도 투표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플랜 D'는 '플랜 B'의 변종인데, 민주당은 비례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에 비례 공천을 신청한 후보들을 바깥에 만드는 당으로 갈 수 있게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깥에 만드는 당이) 사실상 민주당 비례 정당처럼 될 수 있는데, 보수 언론이 공격하면 할수록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것이 확실해져 '대박'이 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봉주 전 의원이 창당을 추진하는 '열린민주당'은 8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중앙당 창당 대회를 열 예정이다. 열린민주당에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