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조선일보를 읽어왔다. 내 할아버지는 조선일보 사장을 지낸 고당 조만식 선생이시고, 아버지는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로 시작해 40여 년을 조선일보에 몸담으셨다. 내 아침은 늘 조선일보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리한다.
내가 만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조선일보는 내게 선망 대상이 됐다. 매일 수많은 사람의 사진과 소식이 담겨 있었지만, 정작 내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한 내 기사가 실리는 것이 한 가지 목표가 됐다. 아버지가 슬쩍 도와주시지나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애초에 그럴 분이 아니셨다. 가족에게 한없이 따스한 분이셨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하셨다. 그게 아버지의 오랜 직장 생활 비결 중 하나였으리라.
조선일보로 가는 먼 길은 나 혼자만의 몫이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쓴 첫 만화책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다른 신문사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나왔다. 나를 소개하는 첫 기사도 그 신문에 실렸다. 2007년 일이다. 그 후 여러 음식 이야기를 풀어낸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이 출간돼 여러 매체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지만, 매일 아침마다 열어보는 조선일보에는 없었다. 책 소개란 토막 기사조차 없었다.
매년 한 권씩 출간하는 '오무라이스 잼잼'이 단행본 10권에 다다랐을 2018년 여름, 전화가 울렸다.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의 인터뷰 요청이었다. 10년 넘게 기다린 전화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이 기자가 내 할아버지나 아버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지. 다행히 그는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 집에서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한 사진과 인터뷰가 실렸다.
아버지와 어머니께는 일단 비밀로 했다. 아침에 신문을 열고 커다란 아들 얼굴을 보는 그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기사가 나온 날 아침, 아직 아침밥도 먹지 않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아버지였다. 어쩌면 아버지도 그 순간을 멀리서 애타게 기다려오신 게 아닐까. 가위로 오린 그 신문 기사는 지금도 아버지 서재 책상에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