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성적이 최하위권이라 '봄 배구'와 멀다. 남은 경기는 서너 차례. 갑자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돼 정규 리그가 멈췄고 가족들은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성화다.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 어도라 어나이(24)와 남자부 한국전력 가빈 슈미트(34)의 상황이다. 선택은 정반대. 어나이는 한국을 떠나고, 가빈은 묵묵히 훈련한다.
어나이는 지난 3일 구단에 퇴단을 요청했다. 현재 리그 5위인 기업은행의 잔여 경기는 6라운드 세 경기. 떠나는 것이야 못 말리는 노릇이지만, 문제는 어나이가 "천재지변이 발생한 것이니 잔여 급여까지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프로배구는 총 계약액을 8개월(8월~이듬해 3월)간 나눠 매달 지급한다. 올 시즌 20만달러에 계약한 어나이는 3월 급여 2만5000달러(약 3000만원)가 남아 있었다. 어나이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제배구연맹에 제소하겠다고 주장했다. 한국 2년 차 외인 어나이는 지난 시즌 득점 1위(792득점)를 했지만, 올 시즌엔 체중이 10㎏ 넘게 늘어 기량 저하가 뚜렷했다.
기업은행은 프로 선수가 계약 이행을 거부하면서 돈만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리버맨 아가메즈(당시 현대캐피탈)는 2014~2015 시즌 초반 부상으로 팀을 떠나면서 연봉을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법률 검토를 거쳐 6일 기흥체육관에서 어나이와 3월 6일 몫까지 일비를 지급하고, 그 일비 산정기준을 3월이 아닌 정규시즌 종료로 하기로 합의했다. 즉 시즌이 3월 30일에 종료되면 2만5000달러를 30으로 나눈 약 833달러가 일비로 계산돼 6일치인 5000달러를 받는다. 만약 4월 14일에 끝나면 일비는 약 556달러로 줄어들며, 3333달러 정도를 받는다.
가빈은 다르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고작 6승(26패)만 거둔 꼴찌다. 삼성화재 시절(2009~2012년) 우승 주역이었던 가빈은 패배만 거듭하는 낯선 경험 때문에 속앓이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가빈은 "약혼녀가 지난주 고향 캐나다로 떠났다. 한국 상황 악화로 향후 캐나다에서 입국 제한 조치를 할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약은 물론 팀 동료와 팬들과의 관계도 소중하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을 떠난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는 지금까지 삼성화재의 안드레스 산탄젤로(26)가 유일했다. 그는 4일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다른 선수들은 시즌 재개를 기다리며 숙소와 훈련장만 오간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확정한 선수들은 우승 도전 의지가 분명하다. 남자부 1위 우리카드 펠리페(32)는 "아내와 아들은 브라질로 먼저 보냈다. 나는 우승을 목표로 훈련한다"고 했고, 2위 대한항공 비예나(27)는 "100% 상태로 뛰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고 전했다. 여자부 1위 현대건설 헤일리(29)는 "동요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