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볼 코로나 시리즈 1탄. 중국 공을 방호복 차림 일본 공이 간호한다. 한국 공(첫 줄 왼쪽에서 둘째)은 한글로 ‘방탄소년단’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끼고 병실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탁구공처럼 동그란 머리에 각국 국기를 그려넣은 캐릭터들이 병상에 누워 있다. 마스크 끼고 누운 중국 공 옆엔 시진핑을 희화화한 곰돌이 '푸' 액자, 태극기·일장기가 그려진 마스크 상자가 쌓여 있다. 옆에 누운 한국 공은 신천지를 상징하는 듯 십자가 목걸이를 걸었다. 일본 공이 누운 침대 아래엔 오륜기의 고리가 풀린 채 널브러져 있다. 도쿄올림픽 연기설을 염두에 둔 디테일로 보인다.

올망졸망 귀여운 캐릭터 군데군데 박힌 깨알 디테일이 가슴을 훅 찌른다. 예컨대 한국 공은 마스크 대신 중국 위안화를 입에 물고 있는데 정작 중국 공 옆엔 태극무늬가 찍힌 마스크 상자가 쌓여 있는 장면. 한국의 마스크 대란을 촌철살인 꼬집는다. 병실 밖에 서 있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으로 보이는 인물은 'Wuhan Health Organization(우한보건기구)'이라는 팻말을 목에 걸었다. 중국 대변자라는 조롱을 담은 것이다.

네티즌들이 1탄을 업데이트해 만든 ‘폴란드볼 코로나’ 시리즈 최근 버전. 병상에 누운 한국 공의 목에 신천지를 상징하는 듯 십자가 목걸이가 있다. 입에는 마스크 대신 중국 돈을 물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만평 '폴란드볼 코로나'다. '폴란드볼(Polandball)'은 국제 이슈를 소재로 세계 네티즌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올리는 국가 풍자만화 놀이. 국기를 공으로 의인화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폴란드볼이란 이름은 2009년 '드로볼'이라는 인터넷 그림 방에 폴란드 네티즌이 몰려 들어가 자국 국기를 만들어 버린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핫이슈는 단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 만평은 시리즈로 진화 중이다. 일본·중국 언론에서도 다룰 정도로 화제다.

지난달 초 등장한 1탄은 병원에 누워 있는 중국 공을 방호복 차림 일본 공이 간호하는 장면. 한국 공은 '방탄소년단'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끼고 병실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탄에선 일본 공이 환자 신세가 돼 중국 공 옆에 나란히 누워 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사태로 일본에서 확진자가 급증할 무렵이었다. 한국 공은 그새 마스크를 바꿨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반영한 듯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마스크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병실 밖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입장이었지만, 다음 시리즈부터 상황이 바뀐다. 신천지 확진자가 늘면서 한국 공은 상처 난 얼굴로 이탈리아, 싱가포르, 이란 공과 함께 병상에 누웠다.

자신이 그린 '폴란드볼 코로나 시리즈' 1탄을 든 페루 청년 헤수스 크루즈.

발단이 된 1탄을 그린 이는 'Vianhue'라는 닉네임을 가진 인물. 기자와 메신저로 연락이 닿은 그는 페루 리마에 사는 스무 살 청년 헤수스 크루즈였다. "2월 초 우한 사태가 심각할 때 그 지역 사람들을 응원하려고 그림을 그려 소셜미디어에 올렸어요. 그때만 해도 사태가 지금처럼 확산할 줄은 예상 못 했어요. 2탄부터는 익명의 네티즌이 제 그림에 업데이트된 뉴스를 추가해 만들었어요. 이렇게 제 그림이 여러 버전으로 전 세계로 퍼지는 걸 보니 신기해요." 그는 취미 삼아 2013년부터 폴란드볼을 그려왔다고 했다.

1탄 그림에 등장한 '방탄소년단' 마스크에 대해 묻자 그가 답했다. "K팝 팬이에요. 블랙핑크도 좋아하고 4년 전부터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로 활동했어요. '최애곡'은 방탄의 'Not Today'. 그래서 한국을 상징하는 디테일로 방탄소년단을 한글로 써 넣었어요." 그는 "뎅기열에도 제대로 대처 못하는 페루에 비하면 한국은 코로나에 잘 대처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빨리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하겠다"고 했다. 만평 속 병상에 누운 공들의 쾌차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