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이 14개 주(州)에서 동시 실시된 민주당의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10개 주에서 승리하며 화려하게 부상하자 미 증시가 4일(현지 시각) 4% 이상 급등했다. 자칭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제치고 중도 성향의 바이든이 약진하자 이른바 '안도 랠리(rally·장세)'가 펼쳐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급부상에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173.45포인트(4.53%) 급등한 2만7090.86으로 마감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바이든 부양'이라고 했고,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바이든 부활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신문 헤드라인에서 몰아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미 증시의 급등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을 때도 다우지수가 2.94%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바이든의 선전이 연준의 대규모 부양책보다 더 시장을 안심시킨 셈이다.

실제 이날 S&P500지수의 헬스케어 업종은 금융 위기 이후 최대 폭인 5.8% 급상승하며 '샌더스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줬다. 건강보험사인 앤섬과 의료 서비스 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주가가 각각 15.59%와 10.72% 폭등하기도 했다. 샌더스는 사(私)보험이 주류인 미국에서 전 국민 의료보험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미국 보험사들은 고객 이탈로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샌더스는 또 대형 금융기관들은 파산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없앨 것과 이자율 상한제, 투기적 단타 거래를 막기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월스트리트 금융권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CNBC방송은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바이든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급부상에 트럼프 대통령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대선 구도를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로 잡아 놓은 상황에서 샌더스가 아닌 바이든의 부상은 자신의 대선 전략을 뿌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바이든의 승리에 대한 주식시장 반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그들(투자자)은 바이든도 싫어한다"며 "(바이든 주변) 일부 인사는 샌더스보다 더 나쁜 급진 좌파"라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측근 중 어떤 인물이 좌파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대신 샌더스 표를 잠식한 진보 성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와우! 엘리자베스 워런이 레이스에 없었다면 버니 샌더스가 다른 여러 주는 말할 것도 없이 매사추세츠와 미네소타, 텍사스에서 쉽게 이겼을 것"이라며 "그녀는 역대 최고 '방해 입후보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워런이 트럼프의 뜻대로 사퇴할지, 사퇴를 해도 샌더스를 밀어줄지는 미지수다. 워런은 지난달 샌더스가 "여성 후보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며 샌더스와 '여성 비하' 공방을 벌이는 등 서로 감정이 좋지 않다. CNN은 이날 "워런이 샌더스와 바이든 양쪽 모두와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부상에 여당인 공화당도 긴장했다. 공화당 핵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바이든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은 바이든의 부상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몰고 왔던 '우크라이나 스캔들'까지 다시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대가로 우크라이나 당국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에 임원으로 있었던 바이든의 아들 헌터를 둘러싼 부패 혐의를 수사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공화당 론 존슨 상원의원은 조만간 바이든의 아들 헌터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