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6월, 축구는 우리의 삶이자 꿈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는 기적 같은 성취감을 맛보게 했던 한국 스포츠 100년사 최고의 축제였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700만명이 거리 응원을 펼쳤다. 조선일보는 당시 한국을 뒤덮었던 감동과 국민적 자부심을 지면으로 전하며 함께 열광했다. 당시 한 달 가까웠던 대회 기간 월드컵은 '신문의 얼굴'이라는 1면을 거의 매일 장식할 만큼 비중 있게 다뤄졌다. 개막일인 2002년 5월 31일 자부터 6월 8일 자까지는 9일 내리 축구가 1면 톱 뉴스였다.
◇온 나라가 하나 되는 경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002월드컵에서 4강 진출 신화를 썼다. 앞선 5번 월드컵에서 4무 10패에 그쳤던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영광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신문 지면을 넘길 때마다 축구 관련 기사가 나왔다. 본지 사설(社說)도 '우리가 언제 이토록 큰 잔치판에서 이토록 통쾌한 승리감을 만끽한 적이 있는가' '광화문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번진 700만 거리 응원의 열정은 우리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2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었다. 세계가 한국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 경이적 경험이었다' 등으로 호응했다. 조선일보는 본지 외에 4페이지짜리 사외보(社外報)인 '독자와의 대화' 월드컵 특별판을 4번 발행해 다양한 뒷얘기를 전했다.
◇국민 자긍심 높여준 스포츠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1936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 나서기 전날과 금메달을 딴 다음 날, 조선일보 동경지국장은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국제전화를 활용해 인터뷰를 했다. 조선일보는 서윤복이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 25분 39초라는 당시 세계 최고 기록으로 우승하자, '찬연(燦然)!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쾌거를 전했다. 1950년에 함기용·송길윤·최윤칠이 보스턴 마라톤 1~3위를 석권했을 땐 1면을 '보라 보스톤 상공에 태극기!'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설 '마라톤 제패를 찬(讚)함' 등 마라톤 소식으로 채웠다.
한국인 첫 복싱 세계챔피언에 오른 김기수(1966년), 4전 5기 투혼으로 처음 두 체급을 석권한 홍수환(1977년)은 큰 인기를 누렸다. 1982년 서울 세계야구선수권 우승,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 4강 등도 스포츠 팬들에게 희열을 안겼다.
◇서울·평창은 '인류 화합의 장'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은 '세계 제패'의 의미가 극대화되는 스포츠 이벤트다. 양정모가 1976 몬트리올 대회 레슬링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금메달을 걸자 조선일보는 신문 휴간일임에도 호외(號外)를 찍었다. 1988 서울올림픽은 냉전 시대 동서로 갈라졌던 세계를 하나로 묶은 세기적 제전이었다. 조선일보는 육상 남자 1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던 벤 존슨(캐나다)이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세계적 특종이었다.
서울 올림픽은 한국이 경제뿐 아니라 스포츠 분야에서도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였다. 올림픽을 통해 많은 국민 스타가 탄생했다. 김수녕(양궁), 전이경(쇼트트랙), 진종오(사격)는 통산 4개의 금메달을 걸었다. 김연아(피겨 스케이팅), 박태환(수영), 장미란(역도),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 등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종목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땐 여자 아이스하키가 국제 종합대회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이뤘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한국의 현정화와 북한의 유순복·리분희가 단일팀으로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일군 이후 남북 스포츠 교류로는 최대 화제였다.
◇새로운 '100년 드라마'를 향해
선동열·박찬호·이승엽·추신수·류현진(이상 야구), 박세리·박인비·최경주·양용은(이상 골프), 차범근·안정환·박지성·이영표·손흥민(이상 축구) 등 세계 최고 무대에 도전한 프로 선수들의 활약상은 언제나 지면의 고정 메뉴로 대접받았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2019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투수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손흥민(토트넘)은 한국인 유럽리그 최다 골 기록을 경신해 나가는 중이다. 한국 스포츠 100년과 호흡해 온 조선일보는 또 다른 100년을 빛낼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