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우한 코로나 확산과 관련, "정부 대응이 성공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국민들이 고통받고 계신 데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정권에서 처음 나온 사과다. 코로나 국내 창궐 원인을 '중국에서 온 한국인' 탓으로 돌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발언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선 어떤 근거도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면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건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식적으로 아는 것"이라고도 했다. 지금 국민이 정부에 원하는 건 이렇게 솔직하고 상식적인 대응일 것이다.

행안부가 재난 안전을 총괄하긴 해도 방역과 출입국의 주무 부서는 아니다. 감염원 입국 차단은 외교부와 법무부 소관이다. 대국민 사과는 외교부나 법무부 장관이 먼저 해야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외교부 장관은 "중국인 입국자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했다. 무증상으로 들어와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중국인이 얼마인지 추정도 어려운데 '잘했다'고 자랑한다. 법무부 장관도 "그간 한국의 조치는 상당히 과학적, 객관적, 실효적이었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 91개 국가·지역이 한국인 입국을 통제하고 중국에 간 우리 국민 960여명이 감금당하다시피 격리된 건가.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제 자랑을 한다.

일찍 중국 경유자 입국을 차단한 나라들은 '방역 모범국'이 됐다. 대만은 지난달 7일부터 중국인 유입을 전부 차단했다. 대만의 1인당 대중(對中) 교역액은 우리 두 배인데도 중국에 열린 모든 문을 닫았다. 현재 대만 감염자는 42명이다. 베트남도 지난달 1일부터 중국을 떠난 사람은 물론 물자까지 끊었다. 감염자가 16명에 그치자 외국 바이어들이 중국을 대신해 베트남으로 몰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중국과 5000㎞ 국경을 맞댄 몽골은 수출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지만 육로와 항공로를 막았다. 의료 수준이 높지 않은데도 코로나 사태에서 비켜 있는 건 방역 기본을 지킨 덕분일 것이다. 반면 중국 관계 등을 고려해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던 이란과 이탈리아에선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방역 실패에 대해선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가 없다. 여당은 연일 '신천지 탓'이고 방역 기본을 안 지킨 주무 장관들은 '국민 탓'을 하거나 '나는 잘했다'고 한다. 국민 앞에 제일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할 사람들은 딴소리하고 엉뚱한 사람이 "사과드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