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로 접어들며 직원 출근을 정상화하는 중국 기업이 점차 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지방정부와 각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전염병 타격을 전면으로 맞은 2월 기업 활동 지표는 고꾸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제 경제에도 신경을 쓰라고 지시했다. 기업들은 업무 재개를 서두르면서도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각 구는 관할지 기업과 대형 사무용 건물, 주상복합 건물 등의 모든 직원이 업무에 복귀할 때 서약서를 쓰게 했다. 1월 설(춘제) 연휴 전후로 베이징을 벗어났다가 돌아온 사람은 14일 격리관찰을 마쳤는지, 의심 증상은 없는지 등을 상세히 적어내야 한다. 직원의 업무 복귀일 기준으로 가족 등 동거인 중에서 14일 이내에 베이징에 돌아온 사람이 있으면 직원이 회사에 복귀할 수 없고 거주지에서 함께 14일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회사는 직원들이 14일 격리 규정을 충족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감독해야 한다.

서약서에는 회사를 출·퇴근하며 지켜야 할 행동 지침도 명시됐다. ‘1미터 행동’ 수칙을 지키도록 한 것인데, 대중교통과 엘리베이터 안, 사무실, 식당 등에서 다른 사람과의 간격을 최소 1미터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여럿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것도 자제하도록 했다. 사무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 재택근무제, 조별 순환근무제 등을 운영해 사무실 밀집도를 낮춰야 한다. 사무실 출근율이 50%를 넘지 않게 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전염병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 커피 체인 코스타커피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달 9일 공식 춘제 연휴가 끝난 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무 재개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무원 국유자산감독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중국 제조업 500대(후베이성 9개 제외) 기업 중 97.08%가 조업을 재개했다. 조업 재개 기업의 직원 복귀율은 평균 66.17%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정부 소유의 국유기업(155개)의 직원 복귀율은 70.66%로, 민영기업(336개) 64.07%보다 높았다.

반면 중소기업은 생산직·사무직 모두 업무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중소기업의 업무 재개율이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휴 기간 고향에 갔던 농민공이 교통·사람 이동 통제 조치 때문에 직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 못한 영향이 크다. 직원이 부족해 공장을 완전히 가동하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 중소기업의 중국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60%에 달하며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이 공장을 못돌리면서 중국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이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도 크다. 전 세계 공급망이 멈춰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중국 제조업·비제조업 경기는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5.7로 집계됐다. 세계 금융 위기가 강타해 최저치를 기록한 2008년 11월(38.8)보다도 낮게 나왔다. 지난달 서비스, 부동산, 건설 업종 등을 아우르는 비제조업 PMI도 29.6으로 추락했다. PMI는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제조업과 비제조업 PMI모두 기준선인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월 23일 공산당 관리 17만 명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간 회사가 집계한 지표도 최저치로 나왔다. 민간 업체 차이신과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2일 발표한 중국의 2월 제조업 PMI는 40.3으로, 2004년 해당 지표 첫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이 집계해 발표한 2월 기업상황지수(BCI)도 37.3에 그쳤다. 이 지수는 민간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판매, 이익, 자금조달 환경, 재고 수준을 각각 조사해 집계된다. 조사를 진행한 리웨이 CKGSB 교수는 "조사 기업의 45%는 당국의 전염병 방역 조치와 근로자 복귀 부족 때문에 업무를 재개하지 못했다"고 했다.

각국 금융회사에선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에 그칠 거라 호언했지만, 실상은 더 암울하다.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전염병 방역 호전에 맞춰 경제 회복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맞춰 중국 정부는 추가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무원은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도록 지시하고 기업의 대출 상환을 연기했다. 세금과 임차 비용, 사회보험 비용을 낮추는 조치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