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병상 부족으로 대구에서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 격리 중에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진 사람이 4명으로 늘어난 1일에야 "확진자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배정하고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중증 환자는 신속하게 입원 치료하고, 경증 환자는 병원 대신 '생활치료센터'에서 1인 1실 격리해 진료 및 상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했다. 대구에서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숨진 사망자가 처음 나온 지난 27일로부터 3일 만에야 입원 기준 변경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정부는 "환자 상태 분류에 따라 입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결정을 미뤄왔다. 2015년 메르스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같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유로 메르스 당시 입원 지침 등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지침 변경 검토' '수정 건의' 등이라는 말로 시간을 끌었다. 전문가 집단인 대한감염학회는 지난 22일 "대량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경증 환자는 자가 격리를, 중증 환자는 선별해서 진료하는 이른바 '완화(mitigation)' 전략으로 장기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 확진자, 병실 없어 상주 병원으로 - 1일 오후 경북 상주시 남성동 상주적십자병원에 대구 지역의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119 구급대 구급차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대구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날부터 확진자들을 상주적십자병원 등으로 이송하고 있다.

◇입원도 못 해 본 사망자 네 명으로 늘어

정부는 이날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병원 입원 환자와 생활치료센터 입소 환자를 나누기로 했다. 의료진이 확진자의 상태를 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 4단계로 분류하기로 했다. 중국서 나온 자료와 국내 데이터 등에 따르면, 약 80%는 경증 상태로 있고, 15%는 폐렴 치료가 필요하고, 5%는 중환자 관리를 받아야 한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중등도·중증·최중증)는 우선적으로 병상을 확보해 입원하고, 경증 환자는 병원이 아닌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것이 골자다. 경증 환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국내외 전문가들 의견을 따른 것이다. 생활치료센터는 국가운영시설 또는 숙박시설을 활용해 지역별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의료진이 상주하며 의료 지원을 하고, 환자들이 격리 상태로 있도록 한다.

퇴원 기준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우한 코로나 진단 검사에서 24시간 간격으로 2회 이상 음성이 나와야 퇴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일찍 퇴원해 경증 환자처럼 생활치료센터로 옮겨 격리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중증 환자를 입원시킬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환자 상태가 호전되면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해 격리 상태로 감염력이 사라질 때까지 지내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661명 대기하는데 160명 시설 거론

1호 생활치료센터는 대구에 마련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 동구 혁신도시 내에 자리한 중앙교육연수원을 우한 코로나 경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격리시설로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생활치료센터는 경북대병원 의료진이 맡아 운영한다. 현재 대구 지역의 확진자 수는 1일 정부 공식 발표 기준으로 2705명에 이른다. 대구 지역에 우한 코로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대구의료원,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대구보훈병원 등 8개 병원이며, 병상 수는 1329개에 불과해 전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격리시설로 활용하기로 한 중앙교육연수원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160명에 그쳐 추가로 더 많은 격리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권영진 시장은 "상황을 봐서 생활치료센터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능후 장관은 이날 "시·도별로 수요만큼 늘려나갈 것이고, 대구에서 1000실 이상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장소 확보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편 보건 당국은 우한 코로나 중증 환자를 타지역에 이송할 때 시·도와 협의 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구 내 환자를 타지역으로 이송해야 할 경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체 의료기관 상황을 파악해 해당 시·도를 거치지 않고 옮기게 된다"며 "이는 국공립병원뿐 아니라 민간병원에도 적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일부 지자체장이 중증 우한 코로나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