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세계사 벤 러윌 글ㅣ새라 월시 그림 전지숙 옮김ㅣ책과콩나무ㅣ112쪽ㅣ2만2000원

2004년 어느 날 아침, 태국 푸껫섬의 네 살 코끼리 닝 농은 영국에서 놀러 온 여덟 살 소녀 앰버를 태우고 모래밭에 나와 있었다. 여느 때라면 닝 농은 해변을 따라 얌전히 걸었을 테지만, 그날은 몹시 흥분해 바다에서 자꾸만 멀리 달아났다. 그때 눈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바닷물이 눈 깜짝할 새 빠져나가더니 엄청난 힘으로 쓰나미가 몰려왔다. 닝 농과 앰버는 금세 바닷물에 갇혔다. 그러나 닝 농은 물살을 헤치며 멈추지 않고 달렸다. 지친 몸으로 큰 담장에 도착해 그 위에 앰버를 내려줬다. 영국 작가 마이클 모퍼고는 닝 농의 의지에 감동받아 '대자연에서'라는 책을 썼다. 앰버는 태국의 코끼리들을 위해 해마다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세상에 기록된 동물은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부터 밀림의 맹수까지 100만 종이 넘는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어디에서 살지, 어떻게 살지 고를 수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들을 해냈다. 전서구(傳書鳩) 셰르 아미는 1차 세계대전 때 가슴과 눈에 총을 맞고도 40㎞를 날아 미군들 생명을 구했고, 개 라이카는 1957년 소련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생명체 최초로 우주에 갔다. 18세기 코뿔소 클라라는 유럽을 샅샅이 여행하며 현대의 록스타와 맞먹는 인기를 누렸다.

인류와 동고동락하며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낸 숨은 주역 50마리의 발자취가 생생하다. 인간도 하지 못한 모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연 동물들 사연이 공존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