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랑 뮤지션

일도 사람도 버거웠던 시절이 있습니다. 음악가로 산 지 10년쯤 되던 해, 내게도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어진 날들이 이어졌지요. 아마도 그땐 ‘사회의 미미한 부품이 되어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나 봅니다. 잠깐이라도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아서, 아무리 지쳐도 쉬어선 안 된다고 믿었죠. 이제 와 생각하니 조금 촌스러운 마음이 아니었나 싶어요.

조금 괴로웠던 나는 식물을 만나 서서히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조금씩 늘어났죠. 수박을 먹는 날에는 수박 씨앗을, 아보카도를 먹는 날에는 아보카도 씨앗을 심었고,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과 이파리들을 키우며 만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햇살과 이파리 사이로 길게 드리우는 그림자에 마음을 맡기고 살게 되었어요.

천천히 더 밝은 곳을 향해 가고 싶습니다. 나 자신의 행복을 지키며,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당신은 어떤가요? 만약 당신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조금 괴롭다면 어딘가 기대어 보기를 추천하고 싶어요. 내일을 더 살고 싶도록, 기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좋아요.

이 책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바다출판사)엔 빛으로 걸어 나가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았습니다. 복잡한 세상의 탁한 공기 속에서 살아가는 매일이 가끔 함정처럼 느껴지지만, 식물 친구들과 함께하니 거뜬히 견뎌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특별히 작은 식물 친구 하나를 당신의 삶에 데려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식물 친구가 이파리를 늘리고 꽃을 피워내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괴로움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이 책을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