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을 주셨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3)의 주무기는 누가 뭐래도 체인지업이다. 엄지, 검지를 동그랗게 ‘OK’ 모양처럼 말아쥐고 던지는 구종으로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에서 뚝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오프 스피드 피칭의 일종으로 타이밍을 빼앗기에 최적인 구종. 한국은 물론 미국 타자들도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류현진은 컷패스트볼(커터)을 연마하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달 중순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진행 중인 토론토 스프링 캠프에선 젊은 투수들이 류현진에게 커터 그립을 물어볼 정도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래도 나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라며 변함없는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적 후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28일(이하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전을 마친 뒤에도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날 류현진은 2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실전 점검을 했다. 1회 위기가 있었고, 2회 홈런 하나를 맞았지만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한 투구가 돋보였다.

경기 후 피트 워커 토론토 투수코치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얼마 전 라이브 BP 이후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두 번이나 속도가 감속한다고 말했다. 대단한 공이다. 영상으로만 보다 직접 보니 왜 효과적인지 알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미국 현지 취재진도 류현진에게 체인지업 관련 질문들을 쏟아냈다. 한 기자가 “지난해 LA 다저스 시절 체인지업 비율이 줄어든 이유가 있는가?”라고 묻자 류현진은 “작년에도 많이 던졌다.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공이다. 작년에도 체인지업을 많이 썼다”고 대답했다.

체인지업을 장착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류현진은 “내가 한국에서 20살 신인 때 구대성 선배님한테 배웠다. 내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2006년 류현진이 프로 입단했을 때 구대성은 미국 생활을 접고 한화로 복귀했다. 류현진은 입단 당시 등번호 15번을 받았지만 시즌을 앞두고 원래 주인 구대성에게 반납했다. 어쩔 수 없이 번호를 바꾸며 택했던 99번이 지금 그의 상징. 류현진은 대선배 구대성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물어 배웠고, 빠르게 습득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이날 ‘캐나다 더 스타’는 이 같은 류현진의 체인지업 일화를 전하며 ‘구대성은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을 동메달로 이끈 한화 이글스의 스타였다. 이후 뉴욕 메츠에서 구원투수로 한 시즌을 뛰었다’며 ‘류현진은 체인지업 스승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 덕분에 모처럼 미국에서도 ‘대성불패’도 소환된 것이다.

구대성은 만 36세로 전성기가 지났던 2005년 메츠에서 33경기 모두 구원등판, 승패 없이 홀드 6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23이닝 동안 삼진 23개를 잡았다. 그해 5월22일 뉴욕 양키스전에선 타자로 나서 ‘파이어볼러’ 랜디 존슨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2루타를 터뜨린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득점까지 올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