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윤호중·전해철·홍영표·김종민, 26일 마포서 저녁 하며 비례민주당 창당 문제 논의"
"명분 만들면 돼, 겁 먹지 말자" "대통령 탄핵 막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야지 않나"
"정의당과 비례연대? X물 될 것"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 5명이 지난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음식점에서 만나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 체제에 맞대응하는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방식은 미래한국당처럼 독자 창당하거나 외부 정당과 연대하는 두 가지가 논의됐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이들이 저녁을 한 시각, 옆방에서 식사를 한 중앙일보 취재팀을 통해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나"란 말도 나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6일 저녁 '마포 5인 회동'서 무슨 말이

지난 26일 저녁 '마포 5인 회동'에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당대표 특보단장과 홍영표·김종민 의원 등이 참석했다. 모두 현직 당 지도부에 있거나 친문(親文) 핵심 의원들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주도했다. 홍 의원은 직전 원내대표로 지난해 4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윤 총장은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총괄하는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차기 당대표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로 선거법 개정 협상을 주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날 저녁 자리에서 윤 총장이 먼저 "미래통합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한 의미 자체를 완전히 처박아 버리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들이 저렇게 나오면 우리도 사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잘 찾아 보면 우리라고 왜 힘을 모을 세력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해찬 대표가 아니면 우리 다섯 사람이 해야 된다. 누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해철 의원은 "명분이 문제"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가 왜 비례정당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내세울 간판(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참 이거⋯ "라고 했다. 그러자 김종민 의원이 "통합당이 지금 연동형 비례제의 의미를 완전히 깨부수고 있는데, 그렇게 땀 빼가면서 공들인 선거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점을 앞세우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곤 "명분이야 만들면 되지 않느냐"며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 하지만 비례정당을 만든다고 나갔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아직 모른다.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야기를 하니까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도 들렸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비례민주당 창당이냐, 외부세력과 연대냐도 논의"

이들은 이날 비례 위성정당을 독자 창당하느냐, 기존 외부 세력과 연대하느냐도 논의했다고 한다. "왜 힘을 모을 세력이 없겠느냐"는 윤 총장은 연대론에 무게를 두고 있었고, 김 의원은 "비례 정당을 만들자"며 독자 창당론을 주장했다고 한다. 연대론은 기성 정당이나 신생 정당 중 하나를 포섭해 정당투표를 몰아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연대의 대상을 제한했다. 그는 "심상정(정의당 대표)은 안 된다"며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특정하기 어려운 한 참석자는 "비례 정당이 만들어져도 또 고민해야 할 게 있다"며 "우리가 먼저 비례 공천을 한 다음에 상황을 봐서 그쪽(비례 정당)으로 사람을 보내야 하는지 등도 문제"라고 했다. 비례 위성정당의 투표용지 기호를 앞순번으로 끌어올리고, 당의 정체성을 간접적으로 유권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존 민주당 의원을 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래통합당은 영입 인사 중 일부가 탈당해 이미 미래한국당으로 넘어갔다.

선거법 개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의원이 "애초에 선거법 자체를 이렇게 했으면 안 됐다.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17석(병립형)과 30석(연동형)도 안 되는 거였고, (연동형) 비율을 더 낮췄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참석자는 "그 얘기까지 지금 하면 진짜 큰 싸움 난다. 그건 다 지나간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그때 이렇게까지 될 줄 알았느냐"며 "그때는 공수처가 걸려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대화가 오가다 윤 총장은 "우리의 뜻이 확인됐으니 선거법 협상을 맡았던 김종민 의원이 어떤 방향이 돼야 할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까지 다 고민해 다음주에 발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모두의 뜻이 모인 것으로 합의하고 한번 잘 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이인영 "5인 회동 사실이지만 비례정당 결의한 건 아냐"

이인영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당 선거대책회의에 들어가면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5명이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비례정당을 만든다고 결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 5명이 비례 위성정당 창당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은 것이다.

김종민 의원도 "5명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정반대"라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만들면 안 된다, 손해보자고 연동형 비례제 시작한 일인데 민주당이 손해 보더라도 국민을 믿고 가야 된다는 것이 그 자리의 결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으로만 보면 손해지만 진보와 보수 진영 전체로 보면 유불리가 왜곡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5명 의원이 공유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