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직후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서넛일 무렵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처음 제안했다. 마침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같은 청원이 올라왔다. 하지만 브리핑에 나선 청와대 관계자는 단호했다. “세계보건기구 권고에 따라 이동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우한 폐렴’이라 부르던 병명을 ‘신종 코로나’로 바꾸라고도 했다. “혐오와 차별을 거두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자”고 했다.

▶여권은 중국 방어를 위해 엉뚱한 대상 쪽으로 표적을 돌렸다. 여당 원내대표는 "세계 이목이 코로나에 집중돼 있는 틈에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추진한다"며 일본을 때렸다. 특정 지역과 병명을 연결 짓지 말자던 총리는 국무회의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얘기했다.

▶확진자가 급증해 책임론이 일자 여권 인사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신천지 탓을 하고, 야당과 연결 짓는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 대표를 신천지와 연관 짓는 주장을 하면서 "신천지에 대해 제대로 된 발언 하나를 못한다"는 것을 근거라고 했다. 여당의 예비 후보 아내는 신천지와 야당 의원을 연결 짓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해시태그(#)까지 달았다. 이 야당 의원 휴대전화에는 "신천지는 죽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혐오는 안 된다'던 그 여당 인사들이 맞나 싶다.

▶앞뒤 안 맞는 여권 대응의 맨 앞에 서울시장이 있다. 5년 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서울시장은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고 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결단이라며 야간 기자회견까지 열어 특정 환자 신상 정보도 공개했다. 그런데 이번 우한 코로나 사태 초기엔 차분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선 "선입견이나 혐오감으로 대할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대응할 일"이라고 했다. "메르스 때 중국이 대한민국 국민을 막았냐"고도 했다. 중국어로 "중국 힘내라"를 외치는 동영상을 구호 물품에 실어 중국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서울시장이 며칠 새 다시 돌변했다. “신천지 교회를 압수 수색 해서라도 교인 명단을 확인해야 한다”했다. 교회 시설 등을 폐쇄했다. 야권의 대규모 장외 집회를 비판하면서 도심 집회 금지 지역도 확대했다. 청와대와 여권의 모드 전환에 같이 보조를 맞춘 것이다. 서울시장은 메르스 때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대응으로 대선 주자 지지율이 잠시 1위로 치솟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대통령 지지층 눈에 드는 전략으로 바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