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한 사람을 간신(奸臣)으로 단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조심해야 한다. 자칫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말살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도 간신이라는 말보다 소인(小人)이라는 말을 더 자주 썼던 것인지 모른다. 현대사회처럼 자기 이익 추구를 인정하는 환경에서는 충신과 간신 식별하기가 옛날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간신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한나라 말기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제왕 자리를 찬탈한 대간(大奸)이 있는가 하면 진나라 때 조고(趙高)처럼 어리숙한 2세 황제를 겁박해 찬탈하려다 실패하고 비참한 종말을 맞은 흉간(凶奸)도 있다.

나라를 노리는 초대형 간신까지는 아니라도 자기 이득만을 채우려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집 안 벽장에 넣어둔 채 오직 윗사람의 은밀한 뜻만 살피려는 간신은 참으로 많다. 이들의 고전적 수법은 임금이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 속뜻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아내 그것을 자신이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흔히 '총대를 멘다'고 하는 방법이다. 윗사람으로서는 고맙고 이쁘게 보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이런 간신이 설치지 않는 환경 조성은 고스란히 임금의 몫이다. 무엇보다 임금이 눈 밝고 귀 밝아야 한다. 그것이 총명(聰明)이다. 임금이 정신을 차리고 간신을 내쫓으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송나라 진덕수(眞德秀)의 조언은 핵심을 찌른다. "신하가 간사한지 바른지 알고자 한다면 대략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계책을 내면서 나라를 따르고 임금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바른 사람[正人]이니 이와 반대로 하면 간사한 자다. 처신할 때 마땅한 도리를 따르고 사사로운 이익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이 바른 사람이니 이와 반대로 하면 간사한 자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고자 한다. 말을 하면서 옳고 그름은 따지려 하지 않고 오직 윗사람 비위만 맞추려고 하는 사람, 두말할 것도 없이 간사한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