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마스크 지원 요청을 받고 "(마스크가) 여러 가지 가(假)수요나 매점매석 시 모래사장에 물 빠져나가 듯이 될 수 있어서 실효적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지역 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시청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마스크 문제는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 능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어제도 대구에 100만 장, 오늘도 그보다 많은 물량이 내려온다"면서 "마스크의 해외수출을 10%로 줄이고 공공기관이 확보해서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구매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강은희 대구교육감에게는 "개학 후 아이들이 등교할 때 발열 체크 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게 마스크도 학생들에게는 하나씩 배포되게끔 별도로 마스크를 구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마스크 관련 언급은 주민센터나 지하철역 등에서 나눠주는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히 배분되지 않고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마스크 공급 물량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전달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란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병상 추가 확보와 의료 인력 추가 지원과 함께 "마스크 500만 개를 지원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긴급수급조정 추가 조치안' 고시를 의결했다. 고시에 따르면 마스크 생산업자는 오는 4월 말까지 일일출하량의 50% 이상을 공적기관에 의무적으로 출고해야 한다. 마스크 해외 수출물량도 10%로 제한된다. 마스크 품귀 현상을 지적하는 여론을 감안해 국내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조치를 두고 "시장에서 마스크 품귀 지적이 나온지 언제인데 이제서야 조치에 나서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마스크 수급 문제는 3주전 국무회의에서 이미 거론됐다. 지난 4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마스크 공급 부족 문제를 제기하고 수급 관리 및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 방문에서 "대구·경북의 상황을 대단히 비상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자세로 정부가 임하고 있다는 걸 인식해 달라"고 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오늘 오후부터 정 총리가 대구에 상주하실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 경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행안부의 특별교부세를 대폭 지원하고 그것으로 부족할 것이니 추경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시가 요청한 중증환자의 서울 이송 치료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까지의) 이송 자체가 중증환자에겐 부담일 수 있다"면서도 "의학적 판단을 해 주시면 최대한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환섭 대구지검장에게는 "외국의 경우 집단감염이 이뤄지는 취약한 곳이 교도소"라며 "우리도 신천지 교회, 요양병원에 이어 교도소도 추적관리가 안 될 수 있으니 교도소 입감자에 최대한의 조치를 하라"고 했다. 이에 여 지검장은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권 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신천지 신도와 관련 "자가격리 중인 대구거주 신도 8269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조기에 진단검사를 완료하고 경찰과 협조해 조사거부자는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책회의 후 전담 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했고, 이어 대구시 남구청을 방문해 우한 코로나 확산에 따른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현황을 확인했다. 이후 대구 동대구역을 찾아 지역 시장·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약 3시간 30분 동안 머물렀다. 문 대통령은 동대구역 소상공인 간담회로 대구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대구·경북지역의 일이라고 대구·경북에만 맡기지 않겠다"며 "대구·경북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 의지도 전례가 없다. 믿고 함께 가보자"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