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듯한 턱시도를 입은 호아킨 피닉스가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연인 루니 메라와 계단에 걸터앉아 비건 버거를 먹고 있다. 그들 사이에 놓인 건 오스카 트로피. 지난 9일 미국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닉스의 이 모습이 사진작가 그레그 윌리엄스에게 찍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2. "전 비건 버거를 맛있게 먹으면서 재밌는 시상식을 즐기고만 있었거든요…. 이제 내려가서 반쯤 남아 있는 비건 버거를 마저 먹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대체육을 사용해 유기농식당 '썬더버드'가 출시한 '언리미트 필리치즈 샌드위치'(왼쪽). 미국 '임파서블 푸드'에서 대체육 패티로 만든 우마미버거의 '임파서블버거'.

지난달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봉준호의 올해 나이는 쉰하나. '아재'인 그도 비건 버거 애호가였던 것. 이 수상 소감은 최근 개그맨 문세윤과 유세윤이 패러디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과거 할리우드 패션의 완성이 한 손에 쥔 스타벅스 커피였다면, 최근엔 두 손으로 움켜쥔 비건 버거다. 할리우드 어딜 가도 "비건으로 선택하겠어요?"란 질문을 받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타코집 '토카야'에선 비건 치즈 타코를, 카페 '알프레드'에선 코코넛 밀크를 넣은 '비건 라테'를, '우마미버거'에선 '임파서블 버거'를 먹어야 한다.

이 버거는 대체육과 비건 치즈, 우유를 넣지 않은 빵 등으로 만들었다. 먼저 패티의 맛. 밀가루 함량이 높은 퍽퍽한 동그랑땡 같다. 소문처럼 육즙과 핏물이 흘러나오진 않았다. 패티 하나당 두께도 얇았다. 치즈는 녹아내리는 질감은 있지만, 쿰쿰한 맛은 없다.

한국에도 비건 버거가 있다. 롯데리아가 출시한 '미라클 버거'. 미국에서 맛본 임파서블 버거보다 패티가 두꺼워 고기 씹는 질감은 더 있다. 그러나 육향은 약했다. 롯데리아가 주로 쓰던 불고기 양념이 아니라 소스도 밍밍했다. 맛의 부족함을 그나마 양파튀김이 잡아준다.

다짐육이 아닌 생고기 느낌으로 비건을 즐기고 싶다면 썬더버드가 출시한 '언리미트 필리치즈 샌드위치'를 선택하는 게 좋다. 다짐육 패티들에 비해 쫄깃쫄깃 씹는 맛이 있다. 생김새도 진짜 고기 같다. 함께 들어간 비건 치즈도 고르곤졸라 치즈 같은 질감이 난다. 그러나 고기의 육향과 치즈의 꼬리꼬리한 향을 기대할 순 없다. 코코넛으로 만든 빵과 소스도 많이 달았다.

비건 버거는 직접 만들 수 있다. 대체육은 쿠팡·마켓컬리·지구인마켓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마켓컬리 비욘드미트는 1팩(2개)에 1만2900원, 지구인마켓 언리미트는 1㎏에 1만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