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산업단지에선 매일 감미로운 재즈 음악이 흐른다. 온통 공장뿐인 이곳에 연주회라도 열린듯한 느낌이 든다. 삭막한 풍경 사이로 시선을 사로잡는 곳은 '팔복 예술공장'. 이곳은 30년 가까이 거대한 흉물 취급을 받았던 곳이다. 원래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었다. 쏘렉스사가 1979년부터 1991년까지 운영했다. 지난 2018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3월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전주 향교’에 산수유 꽃이 피어 있는 모습. 봄이 오면 한옥을 배경으로 매화·산수유·개나리 등의 꽃이 활짝 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팔복 예술공장은 20년간 버려졌던 화력 발전소를 개조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본떠 만들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한 해 5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화력발전소 원형을 최대한 살려 높이 99m짜리 굴뚝을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팔복 예술공장도 최대한 원형을 살렸다. 군데군데 검붉게 녹이 슬고 색이 바랜 건물 외벽에 철골 구조물을 덧댔다. 곳곳에 배치된 테이블은 공장의 대형 철문을 잘라 만들었다. 공장의 상징인 25m 높이 굴뚝엔 '(株)쏘렉스'라는 빛바랜 글자가 보인다.

전주에는 팔복 예술공장을 비롯해 문화·예술 중심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관광지가 많다. 그간 전주 관광 패턴은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을 둘러보고 콩나물국밥과 비빔밥을 먹는 것이었다. 이제는 도시 재생 사업으로 새롭게 태어난 문화예술 공간이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한옥마을 넘어 아시아 문화 심장터로

시는 전주 한옥마을 인근 승암마을에서부터 서노송동, 다가공원, 서학동 약수터에 이르는 옛 도심 100만평을 문화예술로 살리는 '아시아 문화 심장터 100만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파리나 로마에 버금가는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의 중심축은 전라감영 복원이다. 조선시대 행정 중심지였던 전라감영은 전라도 54개 군·현을 통치하던 곳이었다. 전북 기념물 107호다. 전라도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宣化堂)은 팔작지붕 아래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재탄생된다. 일제강점기의 도면, 고지도, 사진 자료 등을 참고해 건물을 완성했다. 출입구인 내삼문(內三門)과 사무 지원을 위한 비장청행랑(裨將廳行廊) 공사가 마무리되면 원형에 가까운 전라감영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전라감영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있는 서학동 예술마을도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학동 일대는 낙후된 지역이었다. 2010년부터 예술인들이 모여 살면서 아기자기한 예술 마을로 변신했다. '정미소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사진가 김지연씨가 운영하는 '서학동 사진관'을 비롯해 여러 예술가가 작업실을 꾸몄다. 전주시는 2021년까지 172억원을 투입해 서학동 예술마을 관광지 조성사업을 마무리한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의 매력을 보기 위해 프랑스·영국·미국·스페인 등 해외 대사관에서 매해 방문하고 있다"며 "해마다 전주 세계문화주간을 운영하면서 전주와 대한민국의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데도 앞장서왔다"고 말했다.

폐공장을 개조해 만든 ‘팔복 예술공장’.
벽화로 곳곳을 꾸민 자만마을.

◇전주 국가대표 관광도시로 도약

전주시는 한옥마을에서 관내 전역으로 관광지를 넓히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됐다. 한옥마을을 비롯한 전주 전역의 관광자원과 수용태세, 잠재력 등에서 우수한 도시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관광거점도시 공모에 참여한 국내 유명 관광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하면서 우수한 관광산업 인프라와 매력적인 관광콘텐츠를 갖춘 '관광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전주시는 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되면서 5년 동안 국비 500억원을 받는다. 시는 국비에 지방비를 합쳐 2024년까지 1300억원을 투입해 대한민국 대표 한문화 관광거점도시, 체류형 문화관광 거점도시로 키워나가기로 했다. 다른 세계적인 문화 도시들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는 글로벌 관광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시는 우선 ▲한옥마을 리브랜딩 ▲전주관광의 외연확장 ▲지속가능한 관광시스템 구축 ▲융합 협력형 관광역량 창출 등 4대 전략을 세웠다. 한옥마을 리브랜딩은 한옥마을 문화·관광 환경 개선과 한옥정원 조성, 숙박환경 고급화로 국제 수준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시는 국내 유일의 관광 트램도 도입한다.

'온브랜드 문화상품'을 통한 관광브랜드 확대와 글로벌 관광마케팅을 강화한다. 전주 북부권 전통 정원과 남부권 예술마을을 연계해 관광 외연을 넓힐 예정이다. 전통과 미래 기술이 만나는 콘텐츠도 마련한다. 융합형 관광산업 육성,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특화상품 개발 등 산업 분야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관광거점도시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 첫해인 올해 159억원의 예산을 반영한 상태다. 관광거점도시 기본계획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도시 브랜드 수립, 선도사업 추진, 지역중심 거버넌스 기반 구축 등이 진행될 계획이다.

전주시는 이 사업을 통해 현재 18만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을 오는 2024년까지 150만 명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사업이 완료되면 4조 3172억원에의 관광객 지출에 따른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조 9047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취업유발 효과 5만244명과 고용유발 효과 2만8383명 등 수많은 관광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주시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시민들의 휴식처인 덕진공원에 전통정원과 생태정원을 만든다. 한옥마을 인근 서학예술마을과 자만마을에서 '예술벽화 트리엔날레'를 열어 이색적인 여행지로 만들 계획이다. 연중 전주를 찾는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계절 글로벌축제를 개최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북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협력을 통해 관광을 이끌어갈 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됐다"며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전주에서 왔습니다. 저 전주 사람입니다'라는 말이 자랑이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