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인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것은 263명의 사망자가 나온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21일만 해도 "아직 지역사회 확산 초기 단계"라며 대응 태세를 높일 필요가 없다던 정부가 주말 새 환자가 390명 이상 늘어나자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 경보 격상으로 정부는 휴교령, 대규모 행사 금지, 항공기 운항 감편, 대중교통 운행 제한 등을 조치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범정부대책회의를 열고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며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고 했다. 또 "대규모로 일어나는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심각으로 격상한 후 박능후 장관은 "대구 지역엔 앞으로 2주간 외출 자제 및 이동 제한을 요청하는 한편,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밀폐된 공간에서의 식사 제공은 금하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3일 확진자 수는 602명으로 21일(204명) 대비 398명, 전날 대비 169명 늘어났다. 이틀 새 확진자가 세 배쯤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4명이 늘어 총 6명이 됐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감염 경로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이스라엘을 성지순례차 다녀온 안동성당 신도 17명과 가이드 1명이 감염됐고, 부산 온천교회에서도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주말 새 울산과 세종, 강원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광역자치단체 기준 전국 17개 시도 모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신천지 대구교회(329명)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112명) 확진자도 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8057명이 바이러스 진단검사를 받고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포에서는 부모와 함께 대구 결혼식에 다녀온 16개월 여아가 확진 판정을 받아 최연소 확진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