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강 앞두고 대학가에선 앞다퉈 '중국 응원'
홈페이지 첫 화면·정문 앞 현수막·총장 명의 중국어 편지
"중국 파이팅" "우한 힘내세요" "우리는 하나입니다"
中 유학생·현지 매체 '반색'…학생들 "하필 이시기에.."

"我们是国民大学一家人!"(국민대의 이름으로 우리는 하나입니다)
"建国大学与大家同在,中国加油!"(중국 학생 여러분 힘내세요! 건국대가 함께 합니다)

오는 3월 개강에 맞춰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규모 입국을 앞둔 가운데, 최근 대학가에선 중국·우한을 공식적으로 응원하는 현수막을 내 거는 등 환영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를 비롯해 일부 국내 대학들은 홈페이지 첫 화면이나 정문 앞 현수막 등을 통해 응원 문구를 내걸고 있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대학들이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 반중 정서가 일고 있는 가운데, 입학을 앞둔 중국인 유학생 달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오전 서울시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에 ‘우리 모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입니다. 우한 힘내세요. 중국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정문 앞 현수막까지…'중국 응원' 내놓는 대학가
경희대는 지난 17일부터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어·중국어·영어로 "우리는 자랑스런 경희인입니다. 경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에 도전하는 유학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띄웠다. 건국대도 지난 10일 학교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중국 학생 여러분 힘내세요. 건국대학교가 함께합니다"란 문구를 중국어와 한국어로 동시 표기했고, 한국외대는 지난 4일부터 중국어와 영어로 "우리는 모두 당신과 함께다"라고 쓰인 문구를 띄웠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경희대를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은 3839명으로 서울 소재 대학 중 가장 많았다. 국민대는 2059명으로 6위, 건국대는 1940명으로 8위, 한국외대는 1810명으로 9위로 그 뒤를 이었다.

총장·학장 명의의 응원도 이어졌다. 국민대는 중국어 버전의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중국인 유학생들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고, 전부 학교에 잘 돌아와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쓰인 임홍재 총장 명의의 중국어 편지를 게재했다. 건국대 문과대학과 사회과학대학도 중국인 유학생 700여 명에게 "건국대 구성원 모두가 중국 유학생 여러분의 건강과 학교 복귀를 기원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학장 명의의 응원 글을 메일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20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 ‘국민의 이름으로 우리는 하나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었다.

이런 광경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등장했다. 한국외대 정문 앞에는 지난 5일부터 "我们都是韩国外大的学生。武汉加油,中国加油!"(우리는 모두 한국외대학생이다. 우한 파이팅, 중국 파이팅!)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국민대는 "국민의 이름으로 우리는 하나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정문과 기숙사 인근에 부착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과 자연과학대도 지난 13~14일 이틀에 걸쳐 "中国加油!"(중국 파이팅!)이라고 쓰인 우한 폐렴 예방 안내문을 붙였다.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문에 중국을 응원하는 문구가 담긴 도서관 이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中유학생 눈치 너무 보는 것 아니냐" "반감만 커져"…韓 재학생들 '눈살'
중국을 응원하는 한국 대학가의 움직임을 본 중국인들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감동이다" "일부분으로 전체를 평가하면 안 된다. 어떤 한국인은 아주 좋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현지 매체는 이런 모습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지난 4일 한국외대 홈페이지를 캡처해 "마음을 따뜻하게! 한국 대학교 공식 웹사이트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슬로건을 게시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과 정문 앞 현수막 사진과 중국 학생들의 반응(왼쪽). ‘플래카드를 보고 정말 감동했다’는 글에 동의하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에서 한국외대 홈페이지의 중국 응원 글 게시를 기사화한 모습(오른쪽).

그러나 한국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국민대 재학생 권모(25)씨는 "계속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이 큰데, 학교는 나서서 유학생을 유치하려 애쓰는 것 같다"며 "차별과 혐오는 지양해야 하겠지만, 다들 조심하고 있는 분위기에 학교가 직접 나서서 현수막까지 붙이는 건 경솔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국민대 재학생 임진혁(25)씨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티 나게 중국인 유학생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경희대 재학생 민모씨도 "조모임 하면 중국인 유학생이 2~3명 정도 포함될 만큼 중국 유학생들이 학교에 워낙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면서도 "지금 이 시국에서 저렇게까지 대놓고 (현수막을) 걸 필요가 있을까 싶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인데, 더군다나 발병 지역으로 알려진 곳에서 오는 학생들을 응원하는 게 맞는 행동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조치가 오히려 학생들의 반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재학생 박모(22)씨는 "최근 우한 폐렴 확진자가 급증하는 데, 중국 정부의 잘못된 대처도 영향이 컸다. 굳이 저렇게 응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위기상 아무 생각없던 학생들도 반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측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혐오나 차별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민대 관계자는 "국민대가 교육부 기준 2000명 내외의 중국인 유학생이 연중 상주하는 학교다 보니 서로 배려하며 지내자는 취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최근 질병에 대한 우려와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듯해 이런 안내문을 만들게 됐다. 인종 차별을 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