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연달아 나와 응급실이 폐쇄되면서 국내 대형병원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 환자로부터 감염되는 의료진이 나오며 폐쇄된 병원들이 속출한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또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15명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확진자는 46명으로 늘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대형병원들은 응급실을 폐쇄하고 진료를 중단하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신규환자 15명 중 13명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나왔다. 이 중 11명은 31번째 환자(61세 여성, 한국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은 동일한 교회에 다녔고, 1명은 병원에서 접촉했다. 나머지 2명은 연관성을 확인 중이다. 대구·경북 지역 외 환자 2명 가운데 1명은 20번째 환자(42세 여성, 한국인)의 딸(11세, 한국인)이다.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있던 중 증상이 확인돼 검사를 받고 양성으로 판정됐다. 서울 성동구에서도 확진자가 1명(77세 남성, 한국인) 나왔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격리 입원치료 중이다.
확진자 중에는 다른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응급실을 찾던 이들도 있다. 이에 일부 병원은 응급실을 폐쇄하는 강수를 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경북대병원은 전날 오후 11시 15분부터 응급실을 폐쇄했다. 응급실에 있던 환자는 병원 내 1인실로 격리 조치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환자 중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왔고, 이후 확진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병원장 지시로 응급실을 폐쇄했다. 언제 병원 응급실을 재개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도 전날 37세 여성인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다녀가면서 응급실 신규 환자 유입을 막고, 폐쇄 조치했다. 이 의심환자는 17일 오후 10시쯤 고열과 폐렴 의심 증세를 보여 대구 수성구의 한 의원을 찾았다가 18일 동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계명대 동산병원 관계자는 "18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폐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어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응급실을 임시 폐쇄했다"면서 "해당 환자가 음성 판정을 받으면 응급실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격리된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검사 결과가 모호하게 나와 재검을 실시키로 했다.
영남대학교 영천병원도 금일 오전 6시 10분부터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환자를 격리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응급센터를 잠정 폐쇄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이 병원 응급실에 들렀던 환자는 국내 29번째 확진자다. 29번째 환자(82세 남성, 한국인)는 전날 오전 11시 46분께 심장질환으로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이 확인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즉시 응급실을 폐쇄했고 응급실에 있던 환자들을 격리했다. 또 환자를 진료한 의사를 포함해 의료진과 병원 직원 30여명도 자가격리조치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도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며, 비상대응에 나섰다. 29번째 환자 부인인 30번째 환자(68세 여성, 한국인)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2월에만 두 차례 서울대병원 외래진료 공간인 대한외래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도 지난 16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일부 진료실과 검사실 등을 폐쇄하고 소독작업을 했다. 또 병원 내 6개 건물에 출입구를 9곳만 남기고 나머지 출입구는 전면 폐쇄했다. 정승용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밀집된 공간인 병원으로부터 지역사회에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조치"라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로부터 감염되는 의료진이 속출하면서 폐쇄되거나 진료기능에 차질을 빚는 병원들도 속출한 바 있다. 메르스 2차감염 촉발 근원지로 알려진 평택성모병원을 비롯해 보라매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원자력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이 코호트 격리(병실 및 병동 격리)에 들어갔다.
이같은 병원들의 잇따른 폐쇄 조치는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피해로 돌아간다. 지역 대형병원의 응급실이 마비되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진다. 의료계는 과거 메르스 사태가 발병했을 때와 비교해 변한 것이 없는 감염병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처럼 의심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렀다가 병원이 폐쇄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지자체의 영향을 받다 보니 일원화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통제도 되지 않는다"면서 "지역 감염 우려를 막기 위해서는 지정 병원을 두고 환자를 보내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시설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보건소로 넘기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더 이상 오염지역에 대한 여행이나 확진환자와의 접촉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눈 앞에 와 있다"면서 "소수 의심환자를 보건소 및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의료기관으로 안내, 유도해왔던 지금까지의 전략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