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로 앞서 나가면서 유럽의 미국 동맹들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샌더스 의원이 외교 정책에서 '서방(the West)'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좌파 고립주의'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결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은 비슷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조차 '또 다른 트럼프'란 말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유세 현장에서 버니 샌더스(가운데) 상원의원이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아내 제인(왼쪽 둘째)과 프라밀라 자야팔(맨 왼쪽) 하원의원이 유세장에 함께했다. ‘미국 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앞서나가자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정치 분석 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샌더스의 전국 지지율은 23.6%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19.2%),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14.2%)을 앞섰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샌더스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州) 사우스벤드 시장의 전국 지지율은 10.6%에 그쳤다. 오는 22일 세 번째 경선이 열리는 네바다에선 샌더스의 지지율이 35%로, 2·3위인 엘리자베스 워런(16%) 상원 의원과 부티지지(15%)를 2배 이상으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샌더스의 부상에 미국의 전통 동맹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한 고위 외교관은 지난 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그들(유럽 외교관들)은 모두 (중도 성향) 바이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과 블룸버그, 부티지지 후보 등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동맹을 중시하는 등 미국의 전통적 외교 정책을 옹호한다. 유럽의 또 다른 고위 외교관도 "민주당 후보라고 (유럽이) 모두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샌더스의 미군 철수 공약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의 재선만큼이나 샌더스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는 것이다.

샌더스 캠프는 유럽의 이런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WP에 따르면 샌더스 대선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로 칸나 미 하원 의원은 뮌헨에서 "샌더스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얘기할 때 유럽 정책 입안자들의 초점이 되는 '서방'이란 개념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통해 연결된 미국과 유럽의 정서적 유대 관계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칸나 의원은 또 "샌더스는 다른 나라들에 군비를 늘리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을) 감축해 전 세계의 군사비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샌더스가 공산·사회주의에 대한 애착을 수시로 드러내는 것도 동맹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는 좌파 독재를 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다. 또 중국에 대해선 "인류 역사상 어떤 나라보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을 일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