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호텔· 신천지 대구교회·직장 등 모두 폐쇄 조치
수성구보건소 하루 폐쇄…의사·간호사 등도 격리
"일단 직장동료·택시기사 등 26명 자가 격리· 진단검사"
성주군 공무원 50여명, 결혼식 참석한 31번 환자와 식사
대구시 모든 공공행사 취소…민간행사도 취소 권고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방역망 밖 감염’으로 추정되는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에서 첫 발생하면서 우한 폐렴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영남권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직장인인 31번 환자 A(여·61)씨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확진 판정을 받았고, 입원 도중 교회 예배를 다니고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2차·3차 감염이 늘어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보건당국은 31번 환자가 다녀간 모든 장소를 폐쇄 조치하고, 밀접 접촉자로 파악된 사람을 자가 격리시켰다.

1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1번 환자는 지난 6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튿날 오후 9시쯤 수성구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이 병원 4인실에 혼자 머물며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지난 10일부터 발열과 폐렴 증세를 보였다.

이어 14일 실시한 영상 검사에서 폐렴 소견을 확인하여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았다. 수성구보건소가 17일 오후 4시30분쯤 대구의료원에 검사 의뢰해 오후 11시쯤 1차 양성 판정이 나왔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지난 10일부터 38.8도의 고열과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 측이 검사를 권유했지만 원치 않은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거절 이유는 해외여행을 간적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17일 수성구보건서에서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입원 전인 지난 6∼7일은 대구 동구에 있는 직장에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소속 회사 본사를 방문했다. 입원 중이던 지난 9일과 16일에는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2시간씩 예배에도 참여했다. 15일에는 지인과 동구에 있는 퀸벨호텔 뷔페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당시 경북 성주군 공무원 50여 명이 31번 환자와 같은 공간에서 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동료 공무원의 결혼식에 참석차 방문했다.

성주군 보건소 측은 "아직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밀접 접촉자 확인을 받지 못해 예식장 참석자 명단만 파악하고 있다"면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 자가 격리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장 대응팀 12명을 대구에 파견해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환자의 이동경로 상에 있는 보건소 등과 협력해 31번 환자의 상세 동선과 접촉자 등을 파악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 환자가 지난 7일부터 양성 판정을 받은 17일까지 파악된 외부 활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병원 내 입원실, 물리치료실 등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현재 환자가 이동했던 동구, 수성구, 남구, 거주지인 서구 보건소, 구청과 대구시 재난대책본부가 긴밀하게 협조 체제를 구성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대구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 보건당국은 31번 환자가 입원했던 새로난한방병원 7층에 대책본부 현장 대책반을 구성했다.

새로난한방병원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출입 제한 조치에 들어갔고, 전날 근무한 직원들은 자가 격리 조치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33명도 다른 의료시설로 이송키로 했다. 13번 환자의 병원 입·출입, 엘리베이터 이용 등을 포함한 정확한 이동경로 확인을 위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다.

퀸벨호텔도 이날 오전 폐쇄 조치하고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퀸벨호텔 엘리베이터, 식당입구 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 31번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31번 환자가 지난 6일과 7일 2차례 방문한 회사도 이날 오전 폐쇄조치됐다.

예배를 봤던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해서도 폐쇄조치와 긴급방역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회 입구 CCTV 분석 등을 통해 접촉자를 확인하고 있다.

대구시는 31번 환자가 우한 폐렴 검사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문한 수성구 보건소에 대해서는 4층 상황실용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이날 하루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확진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수성구보건소 소속 의사 3명, 간호사 2명, 공익근무요원 1명, 민원실 관계자 5명 등 총 11명을 자가 격리했다.

또한 밀접 접촉자인 가족 2명과 직장동료 4명, 지인 4명, 택시기사 5명도 자가 격리조치하고 우한 폐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시민의 날 행사를 비롯해 공공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민간행사에 대해서도 취소를 권고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현재 확진자의 가족은 별다른 의심증상이 발현되고 있지 않다"면서 "인터넷상에 환자 가족의 신상이 유포되고 있다. 가족의 인권 보호 등을 위해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도 지난 17일 우한 폐렴 의심환자 B(여·37)씨가 방문하면서 진단 검사를 위해 응급실이 잠정 폐쇄됐다. 응급실에는 40여 명의 다른 환자와 의료진이 있었다. B씨는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며, 해외 여행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을 찾은 B씨가 폐렴 증상이 의심돼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고, 신규 환자 유입을 막기 위해 폐쇄 조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