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고 귀여운 가방 안에 뭐가 들었죠?"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LA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한 소녀에게 전 세계 카메라가 집중됐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깜찍하면서도 맹랑한 모습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열한 살 줄리아 버터스였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스케치대로 나왔는지 마지막에 직접 '감수'했다는 크리스티안 시리아노 디자인의 핑크 드레스에 분홍 크리스털이 잔뜩 박힌 2495달러(약 295만원)의 상당의 마주크(Marzook) 미니 핸드백을 든 버터스가 조그만 손으로 가방 버튼을 열며 내부를 살짝 보여줬다. 터키 샌드위치였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속내 공개'로 화제를 모은 아역 배우 줄리아 버터스. 보석으로 장식된 분홍 백 속엔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버터스는 LA타임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시상식을 다녀봤는데 먹을 게 없어서 배가 고픈 적이 많았다. 또 아카데미 음식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최근 들어 아카데미 시상식용 음식이 대부분 채식주의자용으로 채워지면서 꼬마 아이가 즐길 음식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장면은 패션지 '보그'가 꼽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고 재밌었던 장면 10개' 중 하나로 꼽혔고 미국 매거진 '더 컷'은 '아카데미 최고의 액세서리는 샌드위치'라고 적기도 했다.

동전 몇 개 정도 들어갈 크기의 작은 가방들을 선보인 토즈 2020 봄여름 컬렉션(위). 아래 사진은 '매우 작은'이란 뜻의 피코(pico)를 붙여 목걸이같은 가방을 선보인 펜디 2020 봄여름 컬렉션.

줄리아 버터스의 가방은 귀여운 예고편일 뿐. 이번 시즌 여성들의 손에 들릴 작은 제품을 보게 되면,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손바닥 사이즈면 다행, 손톱만 한 크기의 가방도 나왔다. 물건을 담는 기본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디작은 가방들이 패션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자크 뮈스가 지난해 가을 겨울 시즌 가로·세로 5㎝ 크기 가방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고, 펜디·토즈·샤넬 등도 동전 몇 개 혹은 카드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가방을 앞다퉈 선보였다.

'작게, 더 작게' 트렌드는 지난 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등장한 팝스타 리조(Lizzo)가 이미 한 수 앞선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패션계를 열광케 했다. 손톱만 한 가방을, 그 가방보다 더 긴 손톱에 살짝 끼고 카메라 앞에서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풍자 전문 코미디언인 제프 와이사스키가 운영하는 '오비어스 플랜트'와 발렌티노가 손잡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가방'이라며 내놓은 제품. 해외 매체들은 "리조와 가방 간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몸매)사이즈'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