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남미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만난 인디오 원주민 루이스 시야니(40)씨는 부정선거로 하야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울먹였다. "에보는 원주민에게 태양같은 지도자였어요. 그의 하야는 부당합니다."
원주민 출신 첫 대통령이었던 모랄레스는 작년 10월 대선에서 헌법까지 고쳐가며 4연임을 노렸다. 개표 과정을 조작해 당선됐지만 국제기구(미주기구)가 "명백한 부정선거로 무효"라는 판정을 내렸다. 작년 11월 10일 모랄레스는 아르헨티나로 도망쳤다. 모랄레스는 대통령 재임 13년 동안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에게 현금을 퍼주고 정부와 공공기관 요직을 원주민으로 채웠다. 반면 백인과 중산층을 정적으로 간주해 '편 가르기 식 정실(情實)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야니씨는 홀어머니의 노령 보조금과 아들의 학생 수당, 무상급식 등 복지 혜택을 받았다. 모랄레스 재임 동안 5배로 급등한 최저임금 혜택도 봤다.
모랄레스의 퍼주기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위기를 맞았다. 작년까지 재정·무역 부문에서 쌍둥이 적자가 5년 연속 발생했고, 나랏빚이 급증했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나 외환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그럼에도 퍼주기에 중독된 원주민들은 모랄레스 구명(救命) 시위를 벌였다. 시야니씨는 오히려 "부정 없는 정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