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일본 각지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염병 전문가 패널을 소집해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16일 NHK와 아사히신문 등은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총 400명을 넘어서며 보건당국이 새로운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효과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 같이 보도했다.

도쿄 근처의 격리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만 15일과 16일 하루 감염자가 각각 67명, 70명이 추가로 확인되며 크루즈선 확진자수는 355명으로 늘었다. 이 감염 경로를 제외하고 주말 동안 일본 전역에서 새롭게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이들이 10명 이상 급증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하선한 고령층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이날 가토 후생노동상은 "일본은 여러가지 새로운 사례의,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요일에 전염병 전문가 패널을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일본 내 대부분의 감염 사례는 대다수가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돌아온 이들이거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한 이들로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쉬웠지만, 이 외에 새로운 경로의 감염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NHK에 따르면 토요일에만 도쿄에 있는 8명이 추가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7명은 당국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한 70대의 택시 운전사를 조사할 때 새롭게 발견됐다.

이 택시 운전사는 지난 1월 18일 야카타분에서 열린 개인택시 운전사들을 위한 신년 행사에 참석했다가 접촉한 이들을 감염시켰다. 약 80명의 사람들이 신년 행사에 참석했고 10명 정도가 열병 등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였다. 택시 운전사와 가까운 곳에 있던 20명 정도도 감염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아이치현에 사는 한 50대 여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당시 택시 운전사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일하면서 그와 매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의 남편 역시 전날 감염자로 파악됐다.

가나가와현 측은 "코로나19로 지난 13일에 사망한 한 여성의 딸이 택시를 운전하던 이의 아내였고 이들은 1월 21일에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홋카이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한 50대 남성은 중국으로 여행 기록이 없음에도 현재 심각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남성은 12일에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산소 마스크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카야마현에서는 토요일에 3명이 추가로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 외과의사와 그의 아내, 70대의 한 병원 입원 환자였다. 이들이 있던 사이세이카이 아리다 병원에 관련된 환자수만 5명으로 집계됐다.

와카야마현의 관리들은 현재 해당 병원의 모든 의사와 직원뿐 아니라 감염된 환자들과 접촉한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하고 있다.

나고야에 사는 한 60대 남성도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인됐는데, 그는 증상이 나타나기 2주 전 중국을 방문하진 않았지만 1월 28일부터 지난 7일까지 하와이에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와이에 있던 도중 감기에 걸렸고 일본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열이 나며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키나와현과 가나가와현에서도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들이 나왔다. 모두 현재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관련돼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60대 여성 택시 운전사는 크루즈선 승객들을 태웠고 한 30대 남성의 지방 정부 근무자는 크루즈선의 코로나19 감염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 방문 경력이 없는 이들 중에서도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감염 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사례도 있어 새로운 감염 단계에 대비한 의료체제를 구축하는 데 서둘러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카니발 코퍼레이션(CCL.N) 소유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일본을 여행하기 전 홍콩에서 하선한 한 남성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후 지난 3일 요코하마에 도착한 이후 격리됐다. 이 크루즈선에는 승객과 승무원이 3700여명이나 타고 있었다. 크루즈선의 검역은 오는 수요일에 끝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