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4월 총선에서 여당보다 야당의 승리를 기대하는 의견이 처음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와 여당의 영입·공천 논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갤럽의 14일 발표에 따르면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45%)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43%)에 비해 2%포인트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3%였다. 작년 이후 갤럽이 5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오차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차례 조사에선 정부 지원론(46~49%)이 정부 견제론(37~40%)을 계속 앞섰다. 한 달 전 조사에서도 정부 지원론(49%)이 정부 견제론(37%)에 비해 12%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8%포인트 상승한 반면 정부 지원론은 6%포인트 줄어들면서 역전됐다.

정부 견제론의 급등은 중도층 다수가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게 원인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조사에서 중도층은 '여당 승리'(52%)가 '야당 승리'(37%)보다 높았지만, 이번엔 정반대로 '야당 승리'(50%)가 '여당 승리'(39%)보다 높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도 '야당 승리'(49%)가 '여당 승리'(18%)를 압도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진보층에선 계속 '여당 승리'(80→78%)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보수층에선 '야당 승리'(70→74%)의 초강세가 변함이 없었다. 즉 진보층은 여당, 보수층은 야당으로의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에서 야당으로 중도층의 표심(票心) 이동이 최근 한 달 사이에 뚜렷했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누적된 여권의 리스크가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30·40대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더 높았지만 20대와 50대, 60대 이상 등에선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더 높았다. 한 달 전 조사에선 60대 이상에서만 '야당 승리'가 높았고, 40대는 여야에 대한 기대가 같았으며 20대부터 40대는 '여당 승리'가 더 높았다. 특히 20대는 한 달 사이에 '야당 승리'(32→50%)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여당 승리'(51→40%)는 하락 폭이 컸다.

지역별로는 호남권에서 '여당 승리'가 높은 반면 영남권과 충청권은 '야당 승리'가 높았고, 수도권은 양쪽 의견이 비슷했다.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하면 호남권은 여당, 영남권은 야당에 대한 지지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대전·충청은 '여당 승리'(55→37%)가 크게 하락한 반면 '야당 승리'(30→49%)가 급등하면서 여야를 향한 지지 분위기가 급변했다. 서울도 '여당 승리'(48→43%)가 하락했고 '야당 승리'(41→46%)가 상승세였다. 인천·경기도 '여당 승리'(52→45%)가 하락했고 '야당 승리'(34→42%)가 상승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여야에 대한 진보층과 보수층의 지지가 견고하기 때문에 4월 총선도 중도층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며 "현재 30%가량인 중도층 표심은 투표일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계속 바뀔 가능성이 있어서 이들을 향한 여야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경각심을 가지고 조금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중도층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4%였고,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7%, 자유한국당 21%, 무당층 27% 등이었다.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