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현직 법관 3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3명 판사의 혐의에 대해 "재판의 신뢰 확보를 위한 통상적인 사법행정 조치를 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앞서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무죄가 됐다. 이로써 사법 농단 사건으로 지금까지 판결이 나온 사람 모두가 무죄가 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3명의 판사는 '사법 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공범 관계로 규정돼 있었던 만큼 향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법 농단에 대한 수사는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을 찾은 자리에서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사법 농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즉각 호응하면서 본격화됐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사법부에 지침을 내리고 사법부 수장이 이를 따르겠다고 화답하는 일은 군사정부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이후 법원은 법원행정처 내부 자료를 검찰에 통째로 넘기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적폐 사냥에 가담했다. 그런데 그 소란의 끝이 전부 무죄다.

무죄가 된 판사 중 1명은 적폐 사냥에 몰렸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적부심에서 풀어줬고, 또 다른 판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했었다. 현 정권 심기를 건드리는 판결을 내린 이들 판사에 대해 민주당은 촛불 정권에 불복한다며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었다.

문 대통령은 "사법 농단은 헌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들의 선거 공작 등 불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을 인사권을 이용해 공중분해 시켰다. 법무장관은 임명되자마자 울산시장 선거 개입을 수사하는 검찰 지휘부를 모두 쫓아내는 학살 인사를 했고, 검찰 수사 대상인 청와대 비서관은 소환에 불응하면서 "공수처가 뜨는 대로 윤석열 검찰 라인을 손보겠다"고 겁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 다섯 명이 기소된 선거 공작 혐의에 대해 알았는지 몰랐는지조차 한마디 설명도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반인 선거제도를 파괴하고 이를 덮으려 사법 농단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향해 사법 농단이라고 해코지했다. 도둑이 "도둑 잡으라"고 고함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