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직격탄을 맞은 민생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힘내서 이겨내자"고 격려했지만, 상인들은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살려주세요"라고 하소연을 쏟아냈다. 일부 상인은 "힘내십시오"라는 대통령의 말에 불만을 표시하며 가게로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어묵, 떡집, 홍삼 가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상인들과 악수를 했다. 떡을 먹을 때는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문 대통령이 "장사가 어렵다는데 어느 정도 어려운가"라고 묻자, 어묵 가게 주인은 "매출이 거의 3분의 1로 준 것 같다.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에 홍삼 가게 상인은 "매출이 70% 이상 떨어진 것 같다. 남대문 시장이 한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많이 걱정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식당에서 시장 상인들과 점심을 들며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한 폐렴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 현장을 점검하고자 이날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했고, 상인들은 "저만 안 되는 게 아니다. 다 힘드니까 같이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우산을 쓴 채 대통령이 시장을 걸어 다니자 이곳저곳에서 상인들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나왔다. 일부 상인은 "함께 극복하자"는 대통령의 격려에 "감사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 직원 격려용으로 스틱형 홍삼액 30박스를 구매했다. 한 아르바이트 청년은 문 대통령에게 셀카 촬영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힘내달라.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남대문 시장 방문에 대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민생 경제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들어 문 대통령의 외부 일정도 대부분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충남 아산의 우한 교민 임시 생활 시설을 방문한 뒤 인근의 온양온천 시장을 찾았다. 11일에는 일자리 관련 부처 업무 보고에 참석했다. 일부에서는 "방역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지만,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 위축을 막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는 4월 총선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총선 전까지 경제를 최대한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이 과도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근본 대책 아니겠는가"라며 "정부도 이 사태가 종식되는 대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는 기미가 보인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때문에 다시 어려움을 겪게 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언론에서 바이러스 이야기를 많이 한다" "보도가 과하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도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데,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며 "차분한 대응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