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인 1억4500만명의 개인 정보를 해킹해 훔쳐간 혐의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해커 4명을 기소했다. 실제로 이들을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해커 개인의 실명과 얼굴 사진까지 공개해 중국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10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신용평가사 에퀴팩스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이름,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 번호 등 미국 시민들의 개인 정보를 빼낸 중국군 4명을 컴퓨터 사용 사기, 경제 스파이 행위 등의 혐의로 애틀랜타 연방법원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바 법무장관은 기소된 해커들의 사진과 성명 등 신상 정보를 각각 영문과 중국어로 적은 포스터를 양옆에 두고 기자회견을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중국군 산하 제54연구소 소속 우즈융(吳志勇), 왕첸(王乾), 쉬커(許可), 류레이(劉磊)는 2017년 5~7월 에퀴팩스 데이터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속해 정보를 빼냈다. 소재지를 감추기 위해 약 20개국의 34개 서버를 라우팅(우회)했고 매일 접속 기록을 삭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미국 검찰이 중국군을 기소한 건 지난 2014년에 미 전기, 철강 기업 서버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려 한 혐의로 중국군 요원 5명을 기소한 뒤 두 번째다. 2018년에는 호텔 체인 메리어트에서 이름, 여권 정보, 주소 등 고객 정보 3억건 이상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미 수사 당국은 이것도 중국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바 장관은 이날 "중국이 미국 정보에 대해 게걸스러운 욕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갈수록 공격적인 정보전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평가한다. AP통신은 "해커 개인까지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미 수사 당국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기술 연구·혁신을 훔쳐가는 중국에 경고한 것"이라고 했다.
기소는 했지만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수사 당국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외국군 요원을 미 영토 밖에서 체포하는 건 미 사법 당국의 권한 밖인 데다 중국과는 범죄인 인도 협약을 맺고 있지 않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우리는 여태껏 어떤 형식의 해킹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