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타이거 우즈(45·미국)가 17세였던 1992년 처음으로 투어 대회에 출전한 곳이다. 28년이 흘러 그는 인비테이셔널로 격상된 올해 대회의 호스트를 맡았다. 투어 통산 83승을 노린다.
그간 우즈는 투어 360개 공식 대회에 출전했고 1292개 라운드를 마쳤다. 그때마다 다른 선수들에게 동경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압도적 실력과 카리스마는 물론, 그를 따르는 구름 갤러리의 열광적이고 일방적인 응원 때문이기도 했다. 우즈와의 동반 라운드는 오래 꿈꿔온 영광이자 감당하기 벅찬 부담이었다. 지난주 끝난 피닉스오픈 당시 선수들이 "16번 홀에서 갤러리 2만명의 야유와 함성을 이겨내는 데 우즈와 한 조에서 경기해본 경험이 크게 도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대체 우즈와 함께 라운드하면 어떻기에? PGA 투어가 선수들에게 '우즈와 처음 라운드해본 추억'에 대해 물었다. 대다수가 '골프의 전설'이자 자신의 오랜 우상인 그와의 첫 라운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그와 한 조가 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충격과 흥분에 휩싸였다고 털어놨다. 캐머런 퍼시(46·호주)는 "3라운드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다음 날 우즈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는 소식을 라디오에서 듣고 운전하다 차 사고를 낼 뻔했다"며 "지인들 전화에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고 했다.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긴장감을 느끼며 경기하다 실수도 저질렀다. 브랜트 스니데커(40·미국)는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우즈와 처음 만나고 싶진 않았다"며 "전날 밤 잠을 거의 못 잤고, 마치 내가 그의 우승에 방해되는 것처럼 느껴져 너무 급하게 퍼트를 하다가 경기를 망쳐버렸다"고 했다. 버드 컬리(30·미국)는 "갤러리가 너무 많아 오히려 우습게도 안심이 되더라"며 "설령 내 샷이 심하게 휘어지더라도 너무 멀리 벗어나기 전에 누군가의 몸에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콧 스톨링스(35·미국)는 "1번홀에서 나는 60㎝, 우즈는 90㎝ 퍼트가 남았는데 우즈가 내게 먼저 퍼트하라고 했다. 당연히 우즈가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가 먼저 했다. 그제야 이유를 알게 됐다. 그가 퍼트하자마자 갤러리가 일제히 다음 홀을 향해 달렸다"고 했다.
우즈의 샷을 가까이서 보며 더 큰 존경심을 품게 됐다는 증언도 많았다.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는 "그날만큼 '굿샷'을 많이 외쳐본 적이 없다"며 "그날 이후 내 골프를 내가 직접 본 우즈의 골프와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애덤 스콧(40·호주)은 2000년 프로 전향을 앞두고 자신과 우즈를 가르치던 코치 부치 하먼(77·미국)의 소개로 우즈와 매치 플레이를 했다. "우즈가 3연속 버디에 이글 잡고 14번홀에서 63타로 경기를 끝냈고, 나는 충격을 받아 프로 전향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코치에게 말했다"며 "그다음 주 US오픈에서 우즈가 2위와 15타 차로 우승해 그나마 위안이 됐다"고 했다.
브론슨 버군(33·미국)은 "우즈 다음 차례로 샷을 하려고 그의 아이언샷 디벗 뒤에 내 티를 꽂았는데, 그렇게 완벽한 1달러 지폐 모양 디벗은 처음 봤다"고 했다. 제이슨 데이(33·호주)는 "맞바람 부는 홀에서 300야드 남기고 우즈가 3번 우드로 공을 낮게 띄워 홀 6야드 지점에 보냈다. 나는 드라이버로 쳐도 20야드 모자랐다. 비디오 게임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롤 모델 우즈를 첫 만남에서 이긴 선수들은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 욘 람(26·스페인)은 "라이더컵 싱글 매치에서 우즈를 이겼다. 우즈가 '잘했다'고 격려한 순간 나는 그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우즈를 이겨보는 날을 꿈꾸며 자라왔는데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