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가 바뀐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세계를 놀라게 한 봉준호 영화 '기생충'이, 한국 시각으로 오늘 오전 시상식이 열리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상에 도전한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극영화상·미술상·편집상 등 여섯 부문 후보에 올랐다. 1919년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토'를 상영한 지 101년 만의 도전이며,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아카데미에 처음 출품한 지 57년 만의 일이다.

'기생충'은 이미 아카데미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까지 해외 영화제 57곳에 초청받았고 주요 영화상 55개를 휩쓸었다. 북미에서만 약 3300만달러(약 39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미국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6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서 상영관 1000곳을 돌파,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는 물론 미국의 소도시에서조차 '기생충' 돌풍이 일고 있다. 배우 안성기는 "지금껏 아카데미가 남의 잔치였다면 오늘 아카데미는 우리 집 잔치다. 상을 받든 못 받든,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할 한국 영화의 이 즐거운 순간을 다 같이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매우 크게 보고 있다. 우선, 과거 '외국어영화상'이라 불렀던 국제극영화상을 '기생충'이 받을 것이라는 예측엔 이견이 없다. 아카데미상 향방을 가늠해주는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이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최고상으로 꼽히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으리라 점치는 매체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과 봉준호의 '기생충'이 겨루는 양강 구도가 될 것"이라며 "'1917'이 작품상으로 유력하지만, '기생충'이 이를 누르고 예상 밖으로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지우기 어렵다"고도 했다. LA타임스도 "'기생충'은 '1917'을 누르고 작품상을 받을 것이며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생충' 수상을 통해 보수적인 아카데미에 새바람이 불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CNN 역시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다면 세계 영화계가 더욱 풍부해지고, 아시아 영화와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감독상 수상을 점치는 매체들은 지난 10년간 감독상 수상자 중 미국 출신이 2명밖에 없었다는 점을 든다. 작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은 멕시코 출신이다. 봉 감독이 한국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는다면 아카데미 역사도 새로 쓰게 되는 셈이다. 아시아계로 리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라이프 오브 파이'로 감독상을 받았지만 영화는 할리우드가 제작했다.

각본상·미술상 수상 가능성도 크다. 영국 아카데미에서 이미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아 전망이 밝은 편이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저런 장소를 어디서 구했느냐"며 '기생충'의 미술 세트를 실제 장소로 착각했을 만큼, 미술상을 받을 확률도 낮지 않다.

한국 영화계의 응원도 뜨겁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은 "국제극영화상뿐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중 하나를 받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한국 영화는 새로운 전기, 더 큰 부흥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