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멸종 위기 동물이지만 중국에서는 보양 식품으로 쓰이는 천산갑(穿山甲·사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 가운데 하나라는 중국 측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천산갑은 등이 단단한 껍데기로 뒤덮인 포유류로 천산갑이라는 이름도 산을 뚫을 정도의 껍데기를 가졌다는 의미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중국, 한국 등 100여개국 이상에서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밀거래되고 있다.

중국 화난농업대학은 7일 "천산갑에서 분리한 균주 샘플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99%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천산갑이 중간 숙주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이번 우한 폐렴이 천산갑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대학 측은 밝혔다.

중국 연구진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시작했지만 중간에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2~2003년 유행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박쥐에서 유래해 식용으로 쓰이는 대나무쥐, 오소리, 사향고양이 등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으로 전파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에서 천산갑은 몸에 좋다고 알려져 고가에 밀거래된다. 2015년 한 홍콩 유명 시계업체 회장의 아들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공무원을 만나 접대를 받으면서 천산갑 요리를 대접 받은 후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함께 "매우 맛있고 야생의 맛을 사랑하게 됐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천산갑 공자(公子) 사건'으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2011년에는 광둥성 선전 출신으로 알려진 한 여성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천산갑탕, 천산갑 껍데기 볶음밥을 먹었다는 글을 올렸다가 중국 정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