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만주에서 고열에 시달리다 피를 토하고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까닭을 알 수 없었던 청나라 조정이 케임브리지 의대를 졸업하고 말레이시아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29세 우롄더(伍連德)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곧바로 고국으로 달려간 우롄더는 전염병이 ‘폐 페스트’라는 걸 밝혀냈다. 중국 방역 최초로 마스크를 보급하고 격리·소독·교통차단을 했다. 문제는 시신 소각이었다. 객지에서 죽은 사람을 고향에 묻는 풍습을 눈감아줬다가는 페스트가 중국 전역으로 퍼질 판국이었다. 그는 황제에게 상소문을 써서 ‘화장(火葬) 명령서’를 받아냈다. 우롄더 덕분에 페스트는 만주에서만 6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끝났다. 전국 창궐을 막았다.

▶공산화 이후 중국 의사는 고달프다. 개인 병원을 차리기도 어렵고 개업해도 돈 벌기가 어렵다. 6년 공부해 의대를 졸업하면 박봉의 '공무원 의사'를 해야 한다. 불만을 품은 환자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의사 90% 이상이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의사는 안 하겠다고 답한 여론 조사 결과가 이상할 게 없다.

▶그래도 '진짜 의사'는 있다. 2003년 중국 공산당이 숨기던 사스 창궐을 외부에 알린 고발자가 군(軍) 병원 의사 장옌융(蔣彦永)이었다. 그는 자신이 확인한 사스 확진자만 60명인데도 당국이 "12명뿐"이라고 거짓말하는 걸 보고 해외 언론에 진실을 제보했다. 이후 감금과 가택 연금을 당했지만 한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 정치를 보고 거짓말하는 게 가장 쉽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나는 거짓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한 폐렴' 확산을 처음 폭로했던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어제 새벽 사망했다. 이제 34세 한창나이에 환자들을 돌보다 감염됐다. 부모도 감염됐다고 한다. 그의 SNS 계정 방문자가 3억3000만명을 넘었다. 그를 체포해 반성문을 쓰게 했던 공산당은 선전기관들을 총동원해 갑자기 '의인(義人) 만들기'에 나섰다. 국민 분노를 희석해보려는 것이다.

▶어제 시진핑 주석이 “대응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중국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한 네티즌은 “우리를 죽이는 건 박쥐가 아니라 정부가 강요한 침묵”이라고 했다. 리원량 사망 후 ‘언론 자유를 원한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지만 곧바로 삭제되고 있다. 이제 리원량의 입은 영원히 닫혔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