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먼저 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MBC휴먼 다큐 ‘너를 만났다’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너를 만났다’는 7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VR(가상현실)로 구현해,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와 재회할 수 있게 한 과정을 담았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장지성씨는 지난 2016년 가을, 일곱 살이 된 셋째 딸 나연이를 떠나보냈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진단받고 발병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지성 씨는 아직도 집안 곳곳 나연이 사진을 놓아두고 매달 가는 납골당에는 생전 좋아하던 장난감을 넣어준다. 기억하지 않으면 나연이가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이 잊혀질까 두렵다는 장지성 씨와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제작진은 국내 최고의 VR(가상현실), VFX(특수영상) 기술을 가진 비브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나연이를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VR(가상현실) 속 나연이를 실제 모습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가족들의 인터뷰와 핸드폰 속 사진, 동영상에 저장된 다양한 얼굴과 표정, 특유의 몸짓, 목소리, 말투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비슷한 나이대의 대역 모델의 얼굴과 몸, 표정을 동시에 촬영해 나연이의 기본 뼈대를 만든다. 자연스러운 몸짓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기록하는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했다.
엄마와 나연이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목소리 구현 작업도 진행됐다. 몇 분 남아 있지 않은 짧은 동영상에서 추출한 나연이 음성을 기본으로 하되, 부족한 데이터 분량은 5명의 또래 아이 목소리로 각 800문장 이상의 더빙 후 ‘딥러닝’(인공신경망 기반 기계학습)한 과정을 거쳤다.
8개월간 진행된 작업 끝에 장지성 씨는 둘 만의 추억이 남아 있는 ‘노을공원’으로 구성된 가상공간에서 나연이를 만났다. 장지성 씨는 4년 만에 눈 앞에 나타난 나연이를 향해 "너무 보고싶었어" "안아보고 싶었어"라며 오랜 시간 품어온 그리움을 토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지성 씨와 가족들은 나연이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보다 행복하게 바꿀 수 있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했던 VR기술을 이처럼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사용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이 날 방송된 ‘너를 만났다’의 시청률은 2.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