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시 서울역 매표소 앞 대기 의자 48개(4인석 12개) 가운데 27개가 비어 있었다. 평소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서서 TV를 보던 곳이다. 그 옆으로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재빠르게 지나갔다. 역사 3층 푸드코트 앞에는 '7일까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출입 통제 펜스가 쳐져 있었다. 여행객 홍보영(21)씨는 "평소에는 배웅 나와 주시는 아빠와 역에서 함께 식사하고 기차를 타는데, 우한 폐렴이 무서워서 오늘은 혼자 열차 출발 시각에 딱 맞춰 왔다"고 말했다.
서울역 매표소 직원은 "확진자 2명이 서울역을 지나간 사실이 알려진 뒤 서울역 이용객이 평소의 50%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중 한 곳인 동대구역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윤병용 역장은 "승객이 25% 줄었다. 역사 내 식당들도 울상"이라고 말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이 유령 도시처럼 변해가고 있다.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유동 인구가 급감했고 식당·카페·마트·영화관 등 다중 이용 시설도 이용객이 급감했다. 특히 확진자 동선(動線)에 놓인 상권은 인적이 드물 정도였다.
자영업자로부터 "사스·메르스 때도 시민들 공포감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줄어들던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외출을 꺼리는 심리가 번지면서 시민들의 일상과 생활경제도 함께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국내 19번째 확진자 거주지로 확인된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에선 오후 들어 다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소(小)도시 수준인 9500가구 규모 대단지임에도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단지 내 상가 닭강정 가게 주인 조모(61)씨는 "아침부터 지금(오후 4시)까지 딱 4000원어치 팔았다"며 가게를 정리했다. 호떡 가게 주인 윤모(62)씨도 "하루 종일 10개도 못 팔았다"고 했다. 주민 남모(64)씨는 "단지 내 사우나를 애용했지만, 당분간은 집 밖으로 안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사람들을 피했다. 서울 중구 직장인 임모(32)씨는 지난 3일부터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임씨는 "하루 1만원 주차료를 내야 하지만 붐비는 지하철 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대중교통 이용객이 줄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닷새간(화~토요일) 지하철 이용객 수는 3442만명으로 전년 동기(1월 28일 화요일~2월 1일 토요일, 3668만명) 대비 226만명(6.1%) 감소했다.
헬스장·키즈카페처럼 타인의 땀이나 침에 닿기 쉬운 업소는 말 그대로 텅 비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8층 키즈카페에는 이날 오후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광진구 키즈카페 '쁘띠몽드' 점주는 "손님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체온계를 설치해두고 홍보하는데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서대문구 신촌의 한 헬스장도 한산했다. 직원은 "아무래도 같은 운동기구를 공유하는 곳이다 보니 회원이 2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도심 상황은 심각했다. 남대문시장의 명물 갈치골목은 이날 오후 5시에 가게 19곳 중 4곳이 철시(撤市)했다. 내고향갈치 주인 조경숙씨는 "어제 하루 종일 한 팀, 오늘은 딱 두 팀 다녀갔다"며 "이번 달은 공과금도 못 낸다"고 말했다. 20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김용자(62)씨는 "확진자가 남대문시장을 다녀갔다는 보도 이후 하루 300명 오던 손님이 하루 40명으로 줄었다"며 "직원 5명 중 3명은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백화점·대형 쇼핑몰도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1층(약 5000㎡) 화장품 매장엔 손님이 14명에 불과했다. 직원 11명이 근무하고 있던 명품 매장에는 손님이 3명뿐이었다. 지난 주말 명동 본점·면세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