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아가들이 눈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것이

파란 하늘이라

높 은 곳 에 높 은 곳 에

집을 짓지요.

-김수희(1974~ )

아, 그래서 까치가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짓는구나. 새끼 보호를 위해 높이 집을 짓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가들이 눈 뜰 때 '파란 하늘'을 맨 먼저 보여주려고. 그랬구나! 처음 만나는 세상이 칙칙하고 거칠어서야 되겠는가. 고와야지. 까치도 지혜롭네. 까치집 주소는 나무 꼭대기. 햇살도 환한 높은 데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높은곳에'를 한 줄로 내리썼다. '파란 하늘'은 무슨 의미인가. 맑고 깨끗한 세상이리라. 아가가 '파란 하늘' 아래서 탈 없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어미 까치, 우리 부모와 다를 바 없겠다.

벌써 봄이 오는가. 며칠 전 까치가 아파트 단지 나무에 집 짓는 걸 보았다. 암컷으로 보이는 까치는 나무 위에서 기다렸다가, 수컷이 나뭇가지를 물고 오면 받아서 가지에 걸쳤다. 퍽 사이좋고 다정스럽게 보였다. 까치 부부가 짓는 집은 파란 하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