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 거주 17번 환자, 설 연휴 대구서 본가·처가 가족 만나
본가 가족 5명 격리 조치… 처가 가족 7명도 만나
하남시 "A씨, 25일 친척 가족 4명 만나…자가 격리 후 검사 중"
조카 다니는 어린이집 2곳 휴원·하원…방역 소독 완료
아직 모든 이동경로 공개 안돼 … "심층 조사 후 추가 공개"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온 국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7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추가로 공개됐다. 17번 환자 A(38·남)씨는 설 연휴인 지난달 24~25일 KTX를 이용해 대구로 본가와 처가 가족 12명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설연휴 기간인 지난달 24~26일 A씨의 행적이 공개되지 않아 일부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17번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다녀간 경기 구리시의 서울아산내과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구리시에 사는 A씨는 지난달 18일 싱가포르로 출국해 회사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24일 싱가포르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는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A씨는 이후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후 2시 24분쯤 동대구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수성구 본가로 이동해 하룻밤을 보냈다.다음 날인 25일 가족 차량을 이용해 대구시 북구 처가를 방문했다. 같은 날 처가에서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와 대합실과 편의점을 이용하고, 오후 9시 26분쯤 SRT를 이용해 서울 수서역으로 돌아왔다.

대구시 관계자는 "구리시 역학조사관의 조사 결과, A씨는 대구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본가에서 처가로 이동 중 주유를 위해 주유소 한 곳을 방문했을 뿐 다른 장소를 방문하거나 가족 외 접촉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A씨의 본가 가족은 부모와 처, 자녀 2명 등 5명이다. 대구시는 본가 가족 5명을 자가 격리조치했다.

처가 가족은 장인과 장모, 처남 가족 5명 등 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지난달 27일 모두 부산으로 이동한 처가 가족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부산 연제구보건소에 통보했다.

대구시는 "대구에서 격리된 17번 환자 가족은 현재까지 이상증상이 없는 상황이지만 만일에 대비해 추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즉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A씨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방문 장소에 대한 환경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 CC(폐쇄회로)TV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조회를 통해 A씨가 탔던 택시 기사 2명과 주유소 소재지, 주유원 1명에 대한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하남시도 이날 A씨가 지난달 25일 하남시에 사는 친척 가족 4명(부·모·자녀 2명)과 1시간여 동안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척 가족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남시는 A씨와 친척 가족이 구리시도 하남시도 아닌 제 3의 지역에서 만났다고 했지만 장소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A씨를 만난 친척이 자진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현재 이 친척 가족은 자가격리된 상태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구리시는 이날 오전 9시쯤 17번째 확진자로 A씨가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남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전 10시 50분 하남시에 사는 4인 가족이 A씨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오전 11시쯤 질본에 보고하고, 이 가족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다. 하남시는 이날 오후 1시 가족 중 자녀 2명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 두 곳과 거주지의 방역 소독에 들어갔고, 우한 폐렴 검사를 의뢰했다.

A씨의 조카로 알려진 어린이 2명이 다니는 하남시 B 어린이집과 C 어린이집은 각각 휴원과 조기 하원 조치가 취해졌다. 이들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들에게 "17번 환자는 재원 중인 아동의 삼촌으로, 설 연휴에 30분 정도 만났다"며 "아직 어린이집 폐쇄와 관련해서는 시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내용의 긴급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시 관계자는 "접촉자의 개인 신상과 접촉 장소 등은 법적으로 알릴 수 없다"며 "4인 가족에 대한 검사 결과는 이날 밤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앞서 질본은 이날 A씨가 17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표했지만 24일 밤부터 26일 오후까지의 행적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날 질본과 구리시가 공개한 A씨 이동경로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공항철도를 타고 오전 11시 47분 서울역에 도착했으며, 서울역사의 북창동순두부에서 식사를 했다. 25일에는 오후 7시쯤 택시를 탑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인 26일 오전 1시 귀가했으며, 이날 오후 7시부터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 병원 검사 결과 단순발열로 판명돼 오후 9시쯤 택시로 귀가했다.

27일 오후 2시에는 자택에서 택시로 삼성서울가정의원(구리시 건원대로 59)으로 가 오후 2시 30분에 진료를 받았다. 이어 오후 3시쯤 같은 건물 구리종로약국에서 약처방을 받고, 택시를 이용해 귀가했다. 병원 방문 당시 싱가포르 방문 이력이 확인됐으나, 질본 지침상 관리대상으로는 분류되지 않았다.

29일 A씨는 걸어서 집 근처의 이삭토스트(구리시 장자대로 74)와 프리마트를 방문했고, 지난 2월 3일 오후 1시 서울아산내과(구리시 체육관로 28)를 찾은 뒤 수약국과 본죽을 차례대로 거쳐갔다. 이어 오후 8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를 경유해 1분 뒤 편의점(이마트 24)에 들렀고, 95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같은 날 A씨에게 싱가포르 세미나에 참석했던 말레이시아인이 우한 폐렴 확진자로 판명됐다는 연락이 갔다. 이에 A씨는 다음날인 4일 한양대 구리병원(선별진료소)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고, 확진 검사 실시 이후 자가 격리됐다. 그는 이날 오전 3시에 경기북부 환경보건연구원에서 우한 폐렴 양선 판정을 통보 받은 뒤 오전 7시30분 명지병원에 격리됐다.

구리시 관계자는 "(이날 발표한 경로는) 1차 조사로 나온 것을 우선적으로 알린 것"이라며 "중간 행적은 질본과 추가 조사를 한 뒤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