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해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업종별, 파급 경로별로 신속히 점검,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제'를 15번 언급했고, 구체적 대응책으로 '재정(財政) 집행'과 '가짜 뉴스 대응'을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증에 따른 민심의 불안과 함께 경제까지 크게 흔들릴 경우 4월 총선에서 정부 여당에 최대의 악재(惡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재정 집행부터 계획대로 신속하게 해주기 바란다"며 "민간이 어려울수록 정부가 신속한 재정 투자로 경제에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지만, 신종 코로나 대책과 관련해 재정 집행을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2017년 집권 줄곧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강조해왔던 대로 이번 우한 폐렴 이후의 경제 대책에서도 우선 '정부 돈' 풀기에 무게를 뒀다.

秋법무와 악수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국무회의에 앞서 추미애(앞줄 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민방위복을 입고 회의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추경 편성 이야기도 나왔다.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우한 폐렴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소상공인과 관광업계, 부품 조달을 못 하는 제조 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당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작년에도 중앙 부처와 지자체 등에 예산 집행률을 끌어올리라고 지시해 간신히 성장률 2.0%를 유지했다. 올해도 정부가 반등을 기대했던 경제지표들이 악화 조짐을 보이자 '재정 집행'과 추경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공개 발언의 3분의 2가량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올 초 긍정적 신호를 보이던 우리 경제와 민생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가 소비·관광·문화·여가생활에 지장을 주며 평범한 국민의 일상마저 위축되고 있다"며 "살아나는 소비 심리와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중국에서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있고, 해외여행 발길도 끊고 있으며 부품 공급망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수출과 관광,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와 신년 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국내외적으로 일치한다"고 했지만, 우한 폐렴 사태 이후 이런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엔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수출·투자·소비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합적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같이 연일 정부가 '강력 대응'을 주문하는 데는 경제 침체 상황이 이어질 경우, 총선 국면에서 정부 여당에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경제는 심리"라며 '가짜 뉴스' 대응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보다 과장된 공포와 불안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질병보다 빠르게 퍼지는 가짜 뉴스, 혐오 조장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질병도 심리가 중요하다"며 "공동체에 위기가 닥쳤을 때 당리당략만 생각해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은 반드시 책임을 묻고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지만, 역으로 "야당이 불안을 조장한다"며 '야당 심판론'을 들고나온 것이다.